경제·금융

긴급구제금융 이후의 과제/유태호 대우경제연구소 상무(특별기고)

모두들 IMF의 구제금융(정확히 말하면 긴급금융)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 우리 경제에 대해 비통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앉아서 비분강개할 때가 아니라 냉철한 이성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현재의 어려움은 상황의 진전 여하에 따라 잘못 대처하다가는 영영 국난의 위기로까지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우선은 IMF 구제금융을 수용함으로써 겪게 될 제반 사태를 예견하는 일이다. 멕시코등 과거의 예로 보아 IMF가 요구할 지원조건에는 경제성장의 하향 조정, 경상수지 적자 축소, 외환보유액 제고, 재정흑자기조 유지, 물가의 하향안정, 부실기업 및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이며 규모에 있어서는 강력한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수준일 것으로 짐작된다. 구체적으로는 통화량 축소, 재정긴축, 부가세의 인상 등 정책수단의 제약으로부터 금융, 서비스 시장의 개방 확대, 기업회계 기준의 강화, 기업퇴출제도의 정비 등 산업 및 기업의 구조조정까지 포함될 것이다. 이러한 구조 조정은 그 이행 과정에서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수반하게 된다. 우선 부실채권으로 인해 사실상 빈 껍데기뿐인 금융기관, 많은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회생불능의 기업들이 정리될 것이다. 또한 재정 긴축, 경제성장의 하향조정으로부터 비롯되는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기업들의 부도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한편 여타 기업들은 사업 규모의 축소, 인원 감축 등의 자구책을 강화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은 실업률을 증가시키고 소비·투자의 위축, 내수 침체, 성장률 둔화, 기업부도의 급증, 대량실업으로 이어지는 경제적 부담을 야기시키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정리해고, 대량실업 사태로 사회·정치 불안으로 진전될 수 있는 상황이다. 즉 대량실업사태로 인해 노사갈등이 장기간 첨예화되면서 구조조정의 순조로운 이행이 어렵게 되고 이에 따라 해외 신인도는 악화되면서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의 기능이 전면 마비, 우리경제가 재기불능의 상태로까지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통의 배분에 대한 개인, 기업, 정부 등 각 경제주체간의 합의도출과 이것이 가능하도록 제반제도의 정비를 서두르는 일이 요청된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은 정부의 솔선수범이다. 정부가 먼저 기구축소, 인원감축 등 자기 혁신없이는 기업도 국민도 따라오지 않는다. 둘째로는, 각 경제주체간의 신뢰회복이다. 정부는 정책의 수립, 집행에 있어 확연한 원칙 위에서 투명성, 일관성을 유지해야 기업,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다. 정부는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정확히 각 경제주체에 알리며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을 일관성있고 투명하게 국민에게 전달함으로써만이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은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 노사간의 신뢰를 회복시켜야 하고 대화의 채널을 항상 열어놓아 서로의 입장을 이해시키면서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통의 배분은 경제주체간의 신뢰와 상호입장의 이해없이는 형평성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튼튼한 지지기반을 확보한, 강력한 지도력을 갖춘 대통령을 선출하는 일이다. 각 경제주체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이들을 조정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다수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지도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강력한 지도력, 정치력 하에서만이 경제주체들의 고통을 어느정도 완화시키면서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행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이래야만 각 경제주체간에 합의된 허리띠 졸라매기를 경쟁력 향상으로 응집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구조조정이 최소의 비용으로 원활히 진행된다면 오히려 그동안 논의로만 무성해 왔던 경제 각 분야의 개혁을 신속히 진행시킬 수 있고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의 과실은 경쟁국보다 빨리 경쟁력을 갖추어야만 따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약력 ▲서울대 공과대학 ▲미 노스웨스턴대 경영학 석사 ▲미 플로리다주립대 경영학 박사 ▲미 뉴욕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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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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