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인간 이건희'의 생애와 성공 리더십

■이건희 스토리 ■이경식 지음, Human & Books 펴냄


삼성그룹은 지난해 200조원 상회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의 1년 국내총생산(GDP)의 대략 20%나 되는 규모다. 이런 삼성이 휘청거린다면? 물어볼 필요도 없는 우문(愚問)이다.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을 '삼성공화국'이라 불러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듯싶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며 국민들의 자존심을 높였으니 삼성을 칭찬을 한다고 해도 지나친 호들갑이라 핀잔하지는 않을 터. 하지만 삼성그룹의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이야기는 사정이 좀 다르다. 천재적 경영 능력으로 삼성을 키워낸 애국자라는 평가부터 몇 푼 안되는 세금으로 그룹을 통째로 자식에게 물려줬다는 평가에 이르기까지 양극단을 달리고 있다. 근ㆍ현대사를 통틀어 한 인물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극명하게 엇갈리는 경우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없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영화ㆍ연극ㆍ드라마 등의 극본을 쓴 저자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평전을 소설적 구성으로 흥미롭게 풀어냈다. 그 동안 세간에 잘 알려져 있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흡사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작가의 글 솜씨는 자칫 딱딱하고 건조하기 쉬운 인물 평전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술술 읽히도록 만들었다. 특히 영화 광이었던 이건희 전 회장이 스티븐 스필버그와 손잡고 영화사업을 벌이려고 했던 사례가 눈길을 끈다. 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드림웍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시아 파트너를 찾았다. 당시 이 전 회장과 스필버그 감독은 2시간 반 동안 저녁식사를 하면서 영화 사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그러나 결국 사업은 무산되고 말았다. 당시 스필버그 감독은 이 전 회장이 수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제안했음에도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알려진 것은 스필버그 감독은 이 전 회장이 저녁식사 동안 '반도체'라는 말을 무려 수십번 이상 반복해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반도체에 빠진 사람이 무슨 영화사업이냐면서 파트너로 선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병철 전 회장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영화제작자나 영화감독이 됐을 거라고 말하는 이 전 회장은 자동차와 개(犬)를 남달리 사랑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대기업 오너의 아들로 외로운 유년시절을 보냈던 이 전 회장이 남과 다른 취미와 관심을 가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 기계에 대한 광적인 관심 못지 않게 동물을 사랑하는 이 전 회장의 인간적인 면모도 다양하게 소개된다. 책의 6장 제목인 '가시밭길'이 암시하듯 이 전 회장은 세간의 관심과 크고 작은 사건으로 편치 않은 삶을 살아왔다. 그렇지만 저자는 불명예스럽게 회장직에서 물러난 그가 대통령의 특별 사면과 함께 화려하게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캐나다 벤쿠버 동계 올림픽 등에서 보여준 이 전 회장의 행보가 이를 입증한다는 것. 때론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지만 작가는 결국 "이 전 회장이 '인간 이건희'로 존경과 부러움을 받을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좋겠다. 그런 해피엔딩이 기다려진다"며 글을 끝맺는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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