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저축은행사태 신라가 마지막이길


신라저축은행을 찾은 것은 퇴출 논의가 활발하던 2월15일. 경영진이 상주한다는 서울 삼성동 지점을 들렀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경제 비리에 대한 수사 때문에 사무실에는 검찰의 압수수색 상자가 쌓여 있었다.

이 와중에 기자를 만난 신라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우리 노조가 강성인데다 여신관리 시스템이 철저해 경영진이 불법 대출을 할 여지가 없다"며 "홍석융 신라저축은행 전무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홍콩, 미국계 펀드와 열심히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라저축은행은 리스크관리위원회ㆍ여신심의위원회ㆍ감사위원회 등을 두고 있어 다른 저축은행에 비해 조직 측면상 튼실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또 홍준기 삼공개발 회장의 아들 홍 전무가 아버지의 비호를 받고 신라저축은행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10만원짜리 계좌를 1,000억원대 계좌인 것처럼 속인 증명서를 법원에 들고 왔다는 소식에 기자는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신라저축은행은 일본 업체 JK캐피탈이 유상증자를 해준다는 명목으로 1,140억원을 예치한 통장잔액증명서를 제출했지만 실제는 10만원짜리 통장이었다고 한다.

관련기사



불법의 여지가 없다던 신라저축은행의 말은 법정에 들고 온 10만원 통장 앞에 이렇게 무너졌다. 신라저축은행 관계자는 회사 회생을 위한 홍 전무의 노력을 누누이 강조했지만 지금 당장은 "저축은행을 끼고 남매 간의 돈 갈등이 크다는 소문이 자자하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이 귀가 더 기울여지는 것이 현실이다.

2011년부터 퇴출된 26곳의 저축은행들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불법ㆍ비리ㆍ사기, 그리고 거짓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추후 대주주 불법 대출에 관한 법원의 판결이 남았지만 결과는 국민들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신라저축은행은 12일 오후5시로 영업정지되고 말았다. 예금보험공사는 주말을 이용, 가교저축은행에 자산과 부채를 계약 이전해 15일부터 정상 거래할 수 있다.

신라저축은행이 보여준 거짓의 그림자가 새 정부에서 드러난 처음이자 마지막 저축은행의 단면이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