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화그룹 여천공단(기업지방화 전략)

◎석유화학 메카건설 “21C꿈 부푼다”/작년매출 1조원 공단 전체생산량 9% 차지/92년 독과제휴 전량수입 폴리우레탄 수출도/올 개혁원년선포 290억 원가절감 운동전개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지리산을 넘으면 푸른 한려수도를 배경으로 자그만 항구도시가 나타난다. 호남의 명승지 여천이다. 시내를 외곽을 돌아 조그만 고개를 넘어서면 우거진 녹음사이로 푸른 바다와 인접한 대규모 석유화학 플랜트가 시야를 메운다. 우리나라 중화학공업의 대역사를 건설한다는 기치아래 지난 72년 포항의 제철공단과 함께 조성된 여천 석유화학단지다. 8백여만평의 대규모 부지위에 LG화학, 한화, 대림, 남해화학 등 60여개의 크고 작은 석유화학업체들이 입주하고 있는 이 공단은 울산과 함께 국내 최대의 화학단지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터줏대감은 한화종합화학이다. 단지의 간선도로와 맞닿은 가장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 있는 공장의 위치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정부의 중화학 공업육성 정책에 떠밀려 울산에 있던 생산설비를 옮겨 이 곳에 입주했지만 지금은 그룹의 호남지역 지방화 거점이자 주력사업을 이끄는 토착기업으로 다시 한번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게 공장 건설부터 인연을 맺은 윤상천 공장장(전무)의 말이다. 공장 설립 후 4반세기만에 이 지역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지방기업이 됐다는 설명이다.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나프타분해설비는 물론 에틸렌, 프로필렌 등 수많은 석유화학산업의 기초원료를 생산하고 있는 한화 여천공장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원. 이는 이공단 전체 생산량의 약 9%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 수출비중은 7.6%에 달하고 종업원수로도 8%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 협력업체로부터 구매하는 원료와 지방세, 종업원 급여 등을 감안한 지역경제 기여는 금액기준으로 1천억원이 넘는다. 또 지난 88년에는 세계적인 화학업체인 독일 바스프사와 합작, 한화바스프우레탄을 설립해 92년부터 국내 처음으로 전량 수입에 의존해오던 폴리우레탄의 원료인 MDI를 생산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여천지역에서 구축된 이같은 입지를 배경으로 여천공장을 세계화와 지방화로 대표되는 21세기 경영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그룹차원의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방침에 따라 여천공장은 올해를 「혁명적 개혁」의 원년으로 설정하고 그동안 묵은 때를 벗겨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혁명적 개혁을 위해 한화 여천공장이 맡은 업무는 그룹의 주력기업이자 현지 토착기업으로 거듭나는 것. 여천공장은 이를위해 대대적인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1차로 이달부터 전임직원이 지역사회 봉사에 나서기로 하고 직장내 동우회를 사회봉사대로 전환, 환경보호와 도시정화, 사회정화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이는 그동안 산발적으로 추진해온 사내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보다 체계화하겠다는 것. 한화는 그동안 불우학생 장학금 지급, 소년소녀 가장 돕기, 무의탁 노인 돕기 등을 전개해왔다. 이같은 활동에는 연간 1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자됐다. 이달중 발대식을 갖고 출범예정인 직장 봉사대가 활동을 시작할 경우 지역사회 봉사활동은 횟수와 내용에 있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공장의 제반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문철수부장은 설명했다. 봉사대에는 이미 20여개 동우회가 참가를 신청했으며 연인원으로는 1천1백87명에 달했다. 지역봉사활동에 임직원 전원이 나서고 있는 셈이다. 한화가 지방화 차원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또 한가지는 환경보전 사업. 화학산업을 주력으로하는 사업의 특성상 환경에 대한 관심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한화는 환경부문에 71억원, 안전부문에 12억원 등 모두 83억원의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또 환경안전을 위한 공정개선 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연간 2백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한화 여천공장은 이같은 지역사회 기여활동과 함께 대대적인 원가절감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역사회 봉사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인 이윤 극대화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화는 올해를 「원가와의 전쟁」의 해로 선포하고 연간 2백90억원의 원가절감 목표를 세우고 전공장이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원가실명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구매원가 30% 절감과 핵심기술 개발 7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또 「원가실명제」를 도입, 재고자산과 정비용 자재 등 주요 원가발생 지점에 현장근무자를 책임자로 임명해 생산원가를 원단위로 관리하고 있다.<여천=민병호 기자> ◎기업지방화 전략/물품 현지구매 확대/연고자 우선채용 등 지역사회 발전기여 한화그룹의 지방화전략은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산업의 집중육성과 이를 통한 지역사회에 이바지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현지구매를 강화하고 지역주민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지역 토착기업으로 21세기를 맞이하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그룹의 주력사업을 각 지역별 특성에 맞춰 지역별로 재배치하고 지역민과 하나가 되기위한 각종 문화사업이 그룹의 지방화전략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이와함께 화학을 주력으로 하는 그룹의 사업특성상 환경보호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는 이를 위해 전국을 경기, 강원, 충청, 호남, 영남, 제주 등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지역에는 지역장을 별도로 임명, 매월 1회씩 정기회의를 열어 전체적인 사업을 통합·조정하고 있다. 내용별로는 서울과 인접한 경기지역은 사회간접자본(SOC)과 민자발전사업 등을 주력으로 하고 이를위해 장기적으로 한화에너지의 인천공장을 이전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또 강원과 제주지역은 국토개발을 중심으로 레저·관광사업을, 충청지역은 종합연구소와 자동차 부품, 국방관련사업 등 첨단기술집약 산업을 집중 배치할 계획. 이들 외에 호남지역은 주력인 석유화학사업을, 영남지역은 기계 및 프라스틱가공사업과 유통·레저사업을 특화시킬 예정이다. 지역사회 기여를 위한 활동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우선 본사의 권한을 대폭 이양해 해당 지역업체의 물품구매를 확대하고 있으며 인력채용도 각 사업장 지역 연고자를 우선채용하고 지방대학 출신을 우대하고 있다. 또 여수에 현암도서관을 운영하고 천안의 북일학원 운영 등 지역사회 문화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역주민과의 관계강화를 위해 지역주민 전산교육과 경로당, 마을회관 건립지원 등의 각종 봉사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특히 깨끗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그룹차원에서 「에코 2000」운동을 전해, 1사1하천 가꾸기 운동을 비롯한 각종 환경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터뷰/한화그룹 윤상천 전남지역본부장/“환경보호 도시정화 사회봉사활동 솔선 지역민과 하나될터” 『지방공장의 역할 가운데 효율적인 생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지역민과의 조화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지방화시대를 맞는 기업의 기본자세라고 생각합니다.』 한화그룹의 전남지역 지방화를 지휘하고 있는 윤상천 한화종합화학 여천공장장(전무)는 21세기를 대비해 그룹이 채택하고 있는 지방화의 기본전략을 이렇게 설명했다. 『안으로 생산원가 절감을 위한 각종 혁신운동, 밖으로는 지역민과 하나가 되기 위한 각종 봉사활동의 두 가지가 한화의 각 지방공장의 가장 큰 업무』라는 것이 그의 거듭된 설명이다. 지난 3월 부임한 그가 곧바로 착수한 활동은 「선진기업 문화정착 운동」. 환경보호, 도시정화, 사회봉사라는 3가지 목표를 내걸고 있는 이 운동은 그동안 사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우회를 「직장사회봉사대」라는 이름으로 전환해 지역민과 하나가 되기 위한 것이다. 동우회활동을 지역사회 봉사활동과 연계함으로써 구성원간의 친목은 물론 지역사회에 기여라는 두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 활동은 사내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벌써 20개의 동우회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달중 성대한 발대식을 가질 것이라고 윤전무는 말했다. 부산출신의 윤본부장의 그룹내에서 통하는 또하나의 이름은 「지방 전문가」다. 학교 졸업후 줄곧 지방공장만을 돌았던 그의 이력이 이런 별칭을 얻게했다. 그는 지난 71년 한화의 울산공장 창립멤버로 입사해 이듬해 여천공장이 건설된 후에는 여천공장에서 14년간을 근무했다. 그리고 87년부터는 한화에너지 인천공장의 공장장으로 11년을 근무하다 다시 전남지역 본부장을 맡으면서 여천공장 공장장으로 부임했다. 이런 인연으로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라고 말하는 윤전무는 『친절하고 예술과 풍류를 아는 멋있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여천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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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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