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軍 이라크파병지 왜 바꾸나] 키르쿠크지역 치안악화 ‘결정적’

정부가 한국군 파병 예정지를 북부에서 중 남부로 바꾼 것은 갈수록 악화되는 현지 치안상태와 국내 정치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그 동안 키르쿠크 치안상황이 위험하다는 언론과 시민단체 등의 지적을 무시한 채 파병지로 정한 뒤 현지 지도자들을 대거 국내로 초청, 경제지원을 약속했다가 이를 지키지 못하게 됐다. ◇파병지역 왜 바꿨나= 미군은 황의돈(육군소장) 자이툰부대장 등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3일까지 키르쿠크를 방문했을 때 키르쿠크를 포함한 수니삼각지대에 저항 세력들이 몰리고 있다며 키르쿠크내 하위자와 인근 헴린 산맥에 기존의 미25사단 2여단 병력을 한국군 파병 이후에도 잔류 시키겠다고 제의했다. 또 키르쿠크 공항경비를 위해 미군 1개대대 병력을 배치하고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을 경우 한국군과 공동작전을 펼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자이툰부대가 기본적으로 평화재건을 주임무로 하기 때문에 게릴라 소탕이나 공동 정찰 등에 나설 수 없다”며 거부했다. 지난 15일 현지로 파견된 김장수 합참 작전본부장도 하위자와 키르쿠크 공항의 미군 주둔 제의를 수용하되 공동작전은 펼칠 수 없다는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결렬됐다. 특히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견하는 상황에서 자칫 우리 고속철도나 항공기 등에 대한 테러나 자이툰 부대에 사고가 터질 경우 4ㆍ15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정부의 판단도 주둔지를 옮기게 된 배경으로 관측된다. ◇6월 이후 나자프 지역 파병 유력= 새로운 파병지는 오는 6월 이라크에서 철수할 예정인 스페인군이 맡고 있는 중남부 나자프 지역이 유력한데, 이곳은 키르쿠크에 비해 면적이 좁고 치안상황이 안전하며 서희ㆍ제마부대와 인접한 이점을 갖고 있다. 파병지 변경으로 한국군의 파병일정도 6월 말 이후로 늦춰지는 게 불가피해졌다. 지역정보 수집과 현지시찰, 장병 교육 등에 적어도 1개월 이상 소요되고 스페인군과 주둔지 인수인계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나자프는 키르쿠크에 비해 면적이 좁고 치안상황이 비교적 안전한데다 서희제마 부대 주둔지와 인접해 자이툰부대의 민사작전을 펼치는 데 유리하다”고 밝혔다. ◇파병장병 훈련도 대폭 수정 불가피할 듯= 파병지 변경으로 육군 특전교육단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훈련 받고 있는 자이툰 부대원들의 교육내용의 대폭수정도 불가피하고 장갑차를 비롯한 각종 장비와 물자의 선적이 늦어지면서 장병들의 사기저하와 경제적 손실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군 배치지역과 작전 문제를 놓고 미군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한미동맹 관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키르쿠크 지역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지키지 못하게 된데 따른 현지 여론악화도 우려된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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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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