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론스타 사태의 교훈

부실기업으로 전락됐다가 불과 몇 년 새 우량기업으로 되살아난 수많은 기업들을 보고 있으면 언뜻 기업가치는 시간의 함수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외환위기 당시만 해도 과거 대우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하이닉스 등은 회생 가능성이 별로 없는 부실 덩어리였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성장성과 수익성 등 여러 면에서 우량기업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부실기업이 우량기업으로 되살아난 것을 시간이 흐른 결과로 보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구조조정 플랜에 따른 부채탕감과 조정, 알짜배기 자산매각, 분사 정리해고 등 고통스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불완전한 지각은 고통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시간이 가져다준 결과로 여기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실제 부실기업이 살아나는 과정에서는 자구노력 외에 경기회복과 수출환경 개선 등과 같이 시간이라는 변수에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시각일 뿐이다. 환경이 좋아져 혜택을 받았다고 해도 그것은 위험부담을 안고 행동한 대가이지 공짜로 얻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헐값매각 시비 외환위기 직후 론스타에 팔린 외환은행의 매각과정이 국제적인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당초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기고도 세금을 한푼도 안 내려는 것이 발단이 된 론스타 사태는 급기야 매각당시 은행가치를 좌우하는 BIS 비율 조작 가능성, 그리고 이 과정에서 론스타의 로비 여부 등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사안에 대한 당국의 수사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의혹에 대한 진실은 사법당국의 수사결과에 의해 밝혀질 것이므로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잘못이 드러난다면 법대로 처리하면 된다. 그러나 이런 본질적인 문제는 잠시 제쳐두고 이번 론스타 사태를 계기로 우리 스스로 되짚어보고 반성할 점도 한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서 몇 년 동안 보유하고 있다가 되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긴 것 자체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을 갖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외국 투기자본이 국내에 투자해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듣고 떠올리는 첫번째 생각은 아마도 외환은행을 너무 싸게 판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일 것이다. 이른바 ‘헐값 매각’ 정서이다. 그러나 ‘헐값 매각’이라는 용어만큼 결과론적인 것도 없다. 특정 시점에서 가격은 당시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헐값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파는 쪽에서 헐값이다 싶으면 안 팔면 되는 것이지 팔고 나서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헐값 매각이라고 하면 가격이 오르는 모든 재화와 용역의 거래는 헐값 매각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헐값 매각 시비는 잘못하면 제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외환은행만 해도 금산분리원칙에 의해 국내자본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었고 외국자본 중에서도 외환은행에 관심을 보인 유일한 자본이 론스타였던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매각을 안 한다면 몰라도 팔 수밖에 없었다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법·제도 허점 보완해야 론스타가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고도 세금을 안 내려는 것에 대해서도 분개하거나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 외국자본이 그것도 최고의 수익을 좇아 지구촌 구석구석을 누비는 투기자본이 법과 제도상 안 내도 되는 세금을 일부러 내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금을 받아내느냐 못 받느냐는 전적으로 우리한테 달린 일이다. 관련 법과 제도적 뒷받침이 있고 객관적으로 입증되는 과세근거가 있다면 세금을 받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억울해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큰돈을 벌어가는 외국자본에 배 아파하기보다는 또다시 억울하고 황당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교훈을 얻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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