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증시를 되돌아 보면 격랑 그 자체였다. 초반 고금리와 금융경색으로 기업부도가 이어지면서 종합주가지수가 280선으로 주저 앉았는가 하면 막판에는 600선을 넘보는 등 고공비행을 했다.상장기업 역시 희비교차의 폭이 컸다.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대변되는 경기침체의 여파가 고스란히 기업의 부담으로 연결됐지만, 그 와중에서도 환율·수출·내수 등 주변환경 변화에 의해 명암이 엇갈린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주가는 내재가치와 꿈이 결합된 산물. 꿈이 환경변화에 영향받아 달라지는 미래가치라면 내재가치는 매출액, 경상이익, 순이익 등 기업성적표로 결정된다.
올해 12월말 결산 상장기업의 영업실적을 추정·분석해 보고, 내친 김에 99년 전망까지 알아본다.
12월 결산 상장기업의 전반적인 영업실적 추정은 대우증권의 조사·분석 자료를 활용했으며, 주요종목 추정실적은 현대증권의 자료를 이용했다.
또한 내년도 영업실적 전망은 대한투자신탁과 한국투자신탁의 자료를 인용했다.【편집자 주】
◇12월 결산 상장기업 영업실적 추정= 올해 12월 결산 상장기업의 영업실적은 IMF 한파에 따른 경기침체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은행들은 사상최대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고, 제조업체 역시 매출액증가율과 영업이익증가율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대우증권이 12월말 결산 상장법인들중 부도가 났거나 구조조정을 추진중인 기업을 제외한 270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 상장법인들은 올해 1조7,38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96년과 97년 큰 폭의 순익감소는 있었지만 올해 적자로 전환된 것이다.
이처럼 12월말 결산 상장사 실적이 적자로 전환된 것은 연이은 기업부도와 은행권의 대규모 적자가 원인이다.
조흥, 상업등 11개 은행들은 올해 5조7,082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지난해의 2,843억원보다 적자규모가 20배나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서울, 제일, 한일은행까지 포함하면 은행권의 적자는 10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제조업체들도 영업부진을 면치못했다.
제조업체들의 올 매출액은 175조4,783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7.5%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96년의 9.6%, 지난해의 14.7%에 비해 증가율이 둔화됐다.
영업이익 역시 19조4,682억원으로 2.6% 늘어나는데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증가율 57.4%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치.
제조업체들은 그러나 외환비용이 지난해의 6조4,034억원에서 2조2,173억원으로 급감한데다, 비용절감 노력을 기울인데 힘입어 이익부문에서는 지난해보다 호전됐다.
실제 지난 96년, 97년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경상이익은 88.7% 증가했으며, 순이익 역시 139.42% 늘었다.
반면 금융비용은 지난 상반기중 고금리의 영향으로 지난해의 7조6,442억원보다 23.5% 늘어난 9조4,4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주요종목 추정실적= 현대증권이 경상이익 15% 이상 증가, 주가수익률(PER) 10 이하, 지난 6월 기준 부채비율 300% 이하인 300개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12월 결산법인 주요종목 추정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증가율 1위는 한진해운이 차지했다.
한진해운은 올해 4조2,320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대비 매출액증가율이 57.8%에 달했다. 이같은 매출호조는 지난 상반기 환율상승으로 덕을 본데다 최근 컨테이너선 경기도 활황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현대상선 역시 컨테이너선 경기 호조와 자동차 수송선 영업호조로 전년대비 57.3%의 매출액증가율을 시현했다. 이밖에 수출비중이 높은 오리털가공업체 태평양물산과 화인케미칼이 각각 3위와 5위에 랭크됐다.
영업이익은 한국화장품, 사조산업, 신대양제지, 남해화학등 중견기업들이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화장품은 올해 6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대비 737.5%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사조산업은 참치어황 호조와 수출단가 상승에 힘입어 606.2% 늘어난 25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됐다.
신대양제지는 연초 대폭적인 제품가격 인상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으며, 남해화학은 수출마진 증가 및 멜라민의 국제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호전됐다.
경상이익증가율에 있어서는 고려아연, 영창실업, LG전선이 각각 1, 2, 3위를 기록했다. 또한 순이익증가율은 LG전선, 삼화전자, 동양화학이 차지했다.
LG전선은 환율상승 및 수출비중 확대, 그리고 기계부문의 수익성 회복으로 283억원의 순이익을 실현했다. 전년보다 무려 56배나 늘었다.
동양화학은 농약사업부 등 자산매각으로 1,100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며, 5위를 차지한 한솔제지는 신문용지사업 매각에 따른 특별이익 발생으로 2,6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99년 영업실적 전망= 한국투자신탁이 전체 상장기업중 금융기관 및 관리대상종목을 제외한 455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99 회계년도 실적전망에 따르면 매출은 올해보다 4.7%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경상이익은 64.7%, 순이익은 29.8%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전망치는 경제성장율이 1% 증가하고, 원달러 환율이 1,200~1,250원 수준을 유지하며, 금리가 10% 전후에서 안정된다는 전제하에 도출된 것이다.
내년 매출이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 것은 환율안정에 따른 가격경쟁력 저하로 수출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 또한 내수는 소폭의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때문이다.
대한투자신탁이 분석한 내년도 경기전망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대한투자신탁은 실업증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기회복 속도는 바닥이 넓은 U자 형태를 취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전후방 연관효과가 높은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설비투자 역시 회복이 더딜 것으로 점쳤다.
한국투신은 업종별 영업실적 전망과 관련, 식료, 기계, 영상·음향·통신장비, 건설 업종의 매출증가세가 기대되는 반면, 섬유와 종이는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투신은 올해와 내년의 매출액증가율, 경상이익증가율, 주당순이익 규모가 조사대상 기업의 평균수준을 상회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99년 실적우량 예상기업 50개를 선정했다.
여기에는 대덕산업, 태평양물산, 대상, 메디슨, 농심, 영원무역, 코리아써키트, 대덕전자, 삼화전자, 광전자세방전지, 제일제당, 한국카본, 삼천리 등이 포함돼 있다.【정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