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과목 1순위는 바로 수학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인터넷커뮤니티와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수학 잘하는 법'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하지만 아무리 어렵고 싫다고 해도 수학공부를 안 할 수는 없다. 교육전문가들은 수학에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들에게는 수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활동을 하면 수학에 흥미를 가지게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먼저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수학에 관해서 글을 써보게 하는 것을 추천한다. 보통 수학에서 '쓰기'라 하면 문제 풀이를 할 때 연습장에서 각종 수식을 쓰면서 푸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를 풀기 위한 수단일 뿐 수학적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하는 글쓰기라 할 수는 없다. 수학 글쓰기란 교과서에서 제시된 용어나 기호가 아닌 비형식적이지만 나름대로 파악한 수준에서 자신의 말과 글로 수학에 대해 풀어쓰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활동이 쌓이다 보면 수학적 개념의 의미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아이가 배운 수학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는 자신만의 감정이나 상태를 그림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때로는 낙서를 쓸 수도 있다. 수학이 싫은 이유나 수학공부의 어려운 점 등을 솔직하게 적는 것도 존중해줘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글로 쓰면서 수학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수학이 싫은 이유를 적는 과정에서 자신의 학습태도를 점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수학 쓰기나 그림일기 등도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행위이기 때문에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 부모는 아이의 표현 활동에 대해 긍정해주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야기할 때는 문제점을 지적하지 말고 엄마가 다르게 생각하는 점을 한 가지 정도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아이의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겠다고 매일 수학일기를 쓰라고 하는 것은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므로 지양해야 한다. 무조건 배운 것을 일기로 쓰라고 하기보다는 오늘 배운 것을 어디에 활용할 수 있나, 내가 배운 것을 자랑해보기 등의 방식으로 아이의 자신감을 길러주며 표현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수학독후감의 경우도 책 한 권을 다 읽고 책 전체에 대한 것을 쓰라고 하면 부담을 느껴 쉽게 포기하게 된다. 따라서 아이가 특별하게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나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쓰는 방법을 추천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수학에 대한 감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다른 사람에게 내가 배운 수학 개념과 원리를 설명하는 것에도 익숙해지고 사고력을 바탕으로 한 창의성도 갖게 된다. 특히 초등 저학년은 수학 교과서에서 실생활과 연결된 개념이 많이 나오므로 개념을 배우거나 알고 나서 말이나 글로 표현해보는 활동을 해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수학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에게는 수학저널을 작성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수학저널이란 다양한 수학 주제를 읽기와 쓰기로 풀어보는 활동으로 자기 주도적으로 수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간단하게는 오늘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이 무엇인지를 내 생각과 말·글로 정리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관련 도서를 읽고 더 알게 된 점이나 더 궁금한 점 등을 생각하고 정리하거나 한 가지 개념에 얽힌 다양한 배경지식·탐구활동·자기반성 등을 모두 수학저널의 소재로 삼으면 된다. 수학자와 수학사, 사회·자연·과학·미술·음악 등 우리 주변을 둘러싼 여러 영역에서 찾은 수학적 사실이나 현상, 학습 내용을 응용한 문제나 퍼즐, 암호 만들기 등의 내용을 나만의 수학저널로 채워가는 것도 좋다.
먼저 책에서 본 수학자에 대한 이야기나 일상생활 속에 숨어있는 수학 원리 이야기를 소재로 삼을 수 있다. 브라질 월드컵 공인구인 '브라주카' 안에 숨어있는 정다면체 도형의 구조라든가 '유레카'를 외친 고대 그리스 학자 아르키메데스에 관한 책을 읽고 가장 흥미 있었던 부분, 그의 묘비에 새겨진 도형들 간 관계 등 새로 알게 된 점, 더 알고 싶은 점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방식이다. 책을 읽고 더 알고 싶은 점을 생각해보는 일은 굉장히 중요한데 내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무엇이 궁금한지조차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수학과 관련된 책이 아닌 자신이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골라 재미있는 수학독후감을 쓰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신데렐라 책을 읽고 12시에 시계가 울리려면 무도회가 몇 시에 시작해서 몇 시간 동안 춤을 췄는지 계산해본다거나 요정이 호박으로 마차를 만들 때 호박의 몇 배가 되는 마차일지 생각해보는 등 수학적인 내용을 넣어주어 수학 글쓰기에 재미를 부여해주는 방법이 있다.
이 밖에도 최근에 있었던 일 중 재미있었던 일을 이용한 나만의 수학동화책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수학저널 활동이 될 수 있다. 하나의 사건을 주제로 잡고 주인공도 정하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것이다. 이야기를 만들고 나면 이야기 속에 수학과 관련된 내용을 집어넣으면 된다. 예를 들어 달력이나 시계를 이용해 날짜나 시간을 계산하도록 하거나 물건을 구매한 일을 이용해 거스름돈이나 저금하는 돈의 액수를 꾸밀 수도 있다. 조경희 시매쓰 수학연구소장은 "수학공부를 하면서 가진 감정을 글로 쓰다 보면 학습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수학에 대한 경험을 긍정적으로 만들게 돼 수학을 좋아할 수 있다"며 "수학에 흥미를 갖게 하면서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먼저 아이들의 자유로운 표현을 인정해주고 어른들의 눈으로 맞고 틀림을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