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구속력 없는 자율규제로 '촛불' 끌수 있을까

수출중단 아닌 월령 표시·기대 못미쳐<br>'美정부 보증' 없는 한 불신만 키울수도


구속력 없는 자율규제로 '촛불' 끌수 있을까 수출중단 아닌 월령 표시·기대 못미쳐'美정부 보증' 없는 한 불신만 키울수도 신경립 기자 klsin@sed.co.kr 손철기자 runiron@sed.co.kr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4일 "재협상이든, 수출자유규제든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재협상'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민간의 자율 규제를 통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속내를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설사 미국 수출업계가 수출자율규제(VER)에 동의하더라도 ▦자율 규제의 형식과 내용 ▦자율규제 기간 등에서 우리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구속력이 없는 민간의 자율규제 약속만으로 타오르는 '촛불'을 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간 자율규제에서 대안 모색=정부는 쇠고기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재협상이라는 '형식'보다는 국민 불안의 원천이 되고 있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차단이라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측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이 재협상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만큼 이미 합의된 수입위생조건 문구를 바꾸기보다는 업체들의 자율적인 수출규제 방식으로 기존 합의내용을 보완하는 데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은 셈이다. "미국 육류수출업계의 자율 결의를 미국 측의 '답신'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정 장관의 발언은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의 타이슨푸드ㆍ카길ㆍ스위프트 등 미국의 5대 쇠고기 수출업체들이 "120일 동안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 월령 표시를 하겠다"는 결의를 한 데 대해서도 정 장관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물론 이들 '빅5'의 결의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기대하는 시나리오는 ▦미국 수출업체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금지를 자율 결의 ▦국내 수입업자들의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 결의 ▦양국 업계가 수출자율규제협정(VRAㆍVoluntary Restraints Agreement)을 체결하는 수순으로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유입을 막는 것이다. 정승 농식품부 식품산업 본부장은 "내년 4월 미국이 강화된 동물사료금지조치를 이행하는 만큼 적어도 1년 이상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막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자율규제를 통해 국민불안을 누그러뜨리고 그 사이 미국과 다른 나라의 협상 추이를 지켜보면서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면 추가 협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측 동의하더라도 구속력ㆍ신뢰성 의문 여전=하지만 현재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민간 수출자율규제'는 적지않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자율규제 방식이다. 2일 미국 '빅5' 수출업체들이 내놓은 자율결의는 '30개월 이상 수출 중단'이 아니라 '월령 표시'에 그쳤으며 기간도 120일에 불과해 우리 정부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도 4일 "30개월 미만 쇠고기에 대한 라벨링(월령 표시)을 통해 한국민이 안심하도록 하겠다"며 직접적인 수출 중단보다는 월령 표시를 통한 규제에 무게를 실었다. 우리 정부는 "아직 미국과 협의 중이므로 기다려달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국 업체들이 스스로 수출길을 차단하기보다는 월령 표시를 해서 한국 수입업자들에게 선택권을 넘기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출중단 기간을 정하기도 애매하다. 미국 측이 '최소 1년'이라는 우리 측 조건을 받아들일지도 불투명하지만 미국의 동물성사료금지 강화조치 시행 이후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받아들일 경우 지금과 똑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무엇보다도 업체들 간의 자율 결의가 어느 정도 신뢰성과 구속력을 갖게 될지 의문이다. 개별 업체들에 대한 구속력 없이 이뤄지는 양국 육류 수출입업체들의 자율 결의만으로 '촛불 민심'을 추스르기는 역부족이다. 정학수 농식품부 1차관은 "자율결의는 30개월 이상 수출중단이라는 우리 측 요구에 대한 수많은 대안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자율결의 방식이 되더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미국 정부 측의 회신이 있어야 받아들일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의 자율결의라는 틀 안에서 미국 정부가 어느 선까지 나설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중단한다는 약속을 받아낼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자율수출규제 대책은 자칫 정부에 불신감만 키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신경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