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대란설」 일단 진화/금융시장 안정대책 의미

◎통화팽창 등 국민부담 담보/부실금융기관 지원책 망라/금융불안 진원지 불실기업 처리문제 언급안해정부가 25일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 및 대외신인도 제고대책은 국내 금융기관의 위기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 국내외에 만연하고 있는 금융대란설, 외환위기설을 일단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일은행 및 종금사에 대한 한은특융 실시, 부실은행에 대한 정부출자, 부실채권 정리기금 규모 확충, 금융기관에 대한 대외지급보증 등 국내 자금시장 안정과 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한 장단기 조치를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수급 보완대책으로 수출착수금 및 선수금 영수한도 확대, 연지급 수입기간 연장 등 기업차원의 외자조달 창구 확대책도 병행했다. 제일은행의 부실화에 따른 대외신인도 추락과 종금사들의 외환조달 차질이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위기로 치닫는 상황을 막기위해 이번 조치는 뒤늦었지만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대책의 주요 내용이 통화팽창, 재정지원 등 국민부담을 담보로 하고 있어 지원받는 부실금융기관이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 만큼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성사시켜야만 이번 조치가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한보, 대농, 진로, 기아 등 막대한 부실채권을 누적시켜 금융불안의 진원지로 작용한 부실기업 처리방향이 이번 대책에 명확히 제시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정부가 이번 조치에서 동원가능한 지원대책을 거의 망라하게 된 배경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특단의 지원이 당장 필요하다」는 현실론(통상부, 한은, 재경원 일부)과 「개별금융기관에 대한 특혜성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원칙론(청와대, 재경원 주류)간에 타협의 산물로 여겨진다. 제일은행등에 대한 2조원 수준의 특융에 대해 특혜시비를 줄이기 위해 금리는 당초 3%보다 높은 금융기관 평균조달금리(8.5%) 수준에서 결정됐다. 금융기관간의 형평성 제고를 위해 부실종금사(부도유예협약대상 대출이 자기자본의 50%이상인 21개사)에 대해서도 같은 조건의 한은특융을 실시키로 했다. 또 성업공사의 금융기관 부실채권 정리기금 조성규모도 당초 1조5천억원 수준에서 한은융자(2조원), 정부재정출연(5천억원) 등을 통해 3조5천억원으로 확대했다. 부실금융기관에 대해 정부가 재정에서 출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대외 지급보증도 국회동의를 거쳐 시행키로 했다. 외국 금융기관의 우려감, 국내 자금시장의 동요등 급한 불도 끄고 장기적으로 부실채권 축소 등을 통한 금융시스템의 불안 해소장치도 마련한 셈이다. 당국자들이 머리를 맞대 고민한 끝에 손쉬운 방법보다 원칙을 지키면서 금융위기 타개책을 강구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개별 금융기관에 대한 특혜를 피하다보니 앞으로 금융기관도 도산할 수 있다는 금융정책의 원칙이 흔들리면서 국민 부담을 동원해서라도 금융기관은 살려야 한다는 해묵은 관행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제일은행에 대한 지원만도 특융 2조원, 3천억∼4천억원 수준의 정부출자, 성업공사를 통한 간접지원 등 무려 수조원을 웃돈다. 특융은 통화팽창을 통한 물가상승 가능성을, 재정지원과 성업공사지원은 국민의 세금부담을 수반한다. 특혜시비를 탈색코자 애쓴 결과가 특혜를 확대 재생산해 도리어 국민부담을 늘리고 정책원칙을 흔든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최창환 기자>

관련기사



최창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