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SW산업 법개정 급하다

이미영 <건국대 교수·경영학>

소프트웨어산업은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의 기간산업이다.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소프트웨어산업의 시장 규모는 매년 높은 성장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기업들은 2000년 이후 실적이 계속 악화돼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특히 지식정보화의 핵심기반이라 할 수 있는 SI(System Integration)산업은 업체간 덤핑 수주로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예를 들어 국내 1위 업체인 삼성SDS의 지난해 매출은 무려 1조5,511억원에 달했지만 경상이익은 104억원으로 매출의 1%에도 못 미쳤다. 덤핑경쟁으로 경영악화 또한 2위 업체인 LGCNS도 지난해 매출 1조1,600억원 중 경상이익은 146억원에 불과했다. 이러한 문제는 소프트웨어시장의 최대 수요자라고 하는 정부 및 공공기관의 정보기술(IT) 프로젝트가 대부분 저가입찰 형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나치게 수적으로 팽창한 업계의 과당경쟁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실적을 호전시키고 전략적으로 산업을 육성하려면 업계와 정부의 일관된 노력이 요구된다. 업계에 요구되는 몇 가지 개선점을 짚어보도록 하자. 우선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들은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업종 및 기술의 전문화는 프로그램의 활용도를 높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중복투자와 손실을 줄일 수 있어 가격경쟁력을 높여주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상정보기술ㆍ대림I&Sㆍ동양시스템즈ㆍ라이거시스템즈 등 중견 SI 4사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이들 기업들은 각기 전문 분야에 대한 집중투자를 해나가면서 공동으로 취약한 영업 및 유통망, 그리고 해외개발역량을 보강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기업들은 기획단계에서 좀더 면밀한 검토 및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즉 프로젝트 기획단계부터 구체적인 목표ㆍ구축기간ㆍ방법ㆍ예산 등의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프로젝트의 철저한 계획과 예산산정은 프로젝트의 부실을 예방하고 나아가 프로젝트의 질과 가격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신뢰는 프로젝트 발주자로 하여금 제값을 주고 발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정부도 지식기반산업의 가치를 재인식해 최고 기술을 적정가격에 구입하는 최고가치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현재는 발주자인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용역의 계약이 대부분 가격 위주로 체결되고 있다. 즉 사업 제안서에 대한 기술력 평가를 거친 이후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결과물의 부실과 업체의 경영악화를 초래한다. 따라서 산업 특성에 맞는 기술 중심의 계약제도를 확립하고 소프트웨어사업 대가기준관련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또 제안서에 대한 보상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법적 제도적 보완을 위해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전문성 향상과 방대한 전문가 풀의 형성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프로젝트 발주를 위한 가격입찰 이전 단계의 기술심사에 있어서 엄밀한 평가와 결과물에 대한 철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 기술중심 계약제 도입을 한편 중소기업에 대한 선입견 없는 기술력 평가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대기업의 이름만 걸어놓고 실제로는 중소기업이 재하청받는 시스템 아래서는 중소기업은 일정 부분 영업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소프트웨어산업의 기반자체를 붕괴시킨다. 지식기반경제의 도래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구조의 지식집약화가 필요하다. 특히 필수적인 소프트웨어산업의 내실을 기하려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자성과 배전의 노력이 절실하다. 아울러 정부는 발주자로서 낮은 대가에 무리한 요구로 소프트웨어산업의 악순환을 초래하기보다는 유치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시장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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