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2월 26일] '국민법률보험제' 도입을

한나라당은 얼마 전 법률상담이나 소송에 드는 변호사 비용의 일부를 보험으로 처리하는 '국민법률보험제' 도입 추진방안을 내놓았다. 의료보험처럼 일정액의 보험료를 납입하고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변호사 비용, 인지대, 송달료 등 소송비용 중 일부를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우리나라에서 법률보험이 성공할지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 국내 유수의 보험사가 국내 최초로 민간 법률보험을 도입했다. 국내 법률시장도 법률보험을 도입할 만큼 성숙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 같아 의미가 작지 않다. 보험으로 소송비용 부담 완화 다만 공공보험 성격의 법률보험, 즉 '국민법률보험제'가 성공하려면 독일처럼 먼저 '변호사강제주의'가 도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강제주의란 본인의 소송행위를 금하고 소송 수행을 변호사에게 대리하도록 강요하는 입법주의를 말하며 독일의 경우 지방법원 이상에서 채택하고 있다. 변호사강제주의는 사회적 약자, 특히 경제적 약자들의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일상생활에서 법률지식이 부족하거나 소송기술이 부족해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재판을 받지 못하거나 재판에서 패소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민사소송은 소송 당사자가 대등하다는 전제에 입각하고 있지만 소송 기술과 변론 능력의 차이로 소송 당사자가 평등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변호사강제주의는 이 같은 불평등을 해소할 방안 가운데 하나며 재판업무의 분업화, 사법의 원활한 운영과 재판의 질적 개선, 재판심리의 부담 경감 및 효율화, 그리고 사법운영의 민주화 등 공공복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본인의 소송행위를 막는다는 점에서 경제적 취약계층이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는 게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전제조건으로 충분한 수의 변호사가 확보돼야 하고 변호사 비용에 대한 공적부조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변호사 수와 관련해서는 로스쿨이 도입돼 오는 2012년 사법연수원 출신 1,000명과 로스쿨 출신 2,000명을 합해 산술적으로는 최대 3,000명까지 변호사가 배출될 수 있고 2015년이 되면 최소 2만명의 변호사가 활동할 것이므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변호사 비용 충당이다. 이런 측면에서 법률보험제도는 변호사강제주의의 전제조건임이 분명하다. 물론 법률보험을 도입하더라도 보험가입을 강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소송은 일부 사람만의 일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소송할 일이 없으므로 법률보험은 의료보험처럼 강제 가입시킬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평생 병원에 한번 가지 않는 사람도 많다. 소송도 과거에는 일부 사람들만의 문제였으나 사회가 복잡다기화된 최근에는 예기치 않게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민사사건은 신청ㆍ조정사건 등 모두 413만5,000여건이나 되며 형사ㆍ가사ㆍ행정사건 등까지 합치면 총 1,790만건을 웃돈다. 우리나라 국민 3명당 1명이 한 해 동안 각종 송사를 겪은 셈이다. 취약계층엔 정부서 비용 지원을 통계에서 알 수 있듯 현대사회에서 소송은 사회적 분쟁을 해결하는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이 재판 받을 권리를 누리게 하는 것은 기본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소송비용이 문제이므로 그 비용을 법률보험을 통해 충당할 수만 있다면 국민 모두가 헌법상의 재판 받을 권리를 실질적인 의미에서 향유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률보험제와 변호사강제주의 도입은 현시점에서 꼭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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