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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1급 4명을 포함해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임기 말인 데다 주요 지방청장의 인사를 미뤄왔던 터라 장고(長考)를 거듭했지만 악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없지 않다. 특히 핵심 요직을 이현동 국세청장과 같은 지역 출신 인물로 채우면서 '대구∙경북(TK)'을 위한 편중 인사로 흘러 대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세청은 1일 신임 국세청 차장에 박윤준(50) 국제조세관리관을 임명했다. 또 조현관(54) 중부청장을 서울청장으로 임명했고 중부청장과 부산청장에는 김덕중(53) 징세법무국장, 김은호(53) 기획조정관이 발탁됐다. 1급 4명 중 행시 27회가 3명이다. 박 신임 차장은 서울 출신으로 우신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국외금융계좌 신고제 도입을 주도한 국제조세∙역외탈세 분야 전문가다. 김 신임 중부청장은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고, 중앙대를 졸업했다. 김 신임 부산청장은 경남 밀양 출신으로 부산상고, 성균관대를 나왔다.
이날 나온 인사를 보면 먼저 국세청장과 서울청장을 모두 TK 출신이 장악했다. 유임된 본청 임환수 조사국장도 경북 의성 출신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 안팎에서는 "TK목장에서 27회들이 뛰어놀게 됐다"는 비판 섞인 말들이 나오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퇴임할 것으로 예상됐던 조 중부청장이 서울청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에서 비롯됐다. 조 청장은 행시 25회로 대구 출신이다. 경북 청도 출신인 이현동 국세청장과 TK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당초 김문수 차장, 이병국 서울청장과 함께 1급 3명이 모두 명예퇴직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막판 서울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3명이 모두 나가면 27회가 곧바로 이어받아야 하는 만큼 조직안정 차원에서 조 청장을 유임했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1급 요직인 중부청장의 경우 정기인사 때 용퇴하는 것이 관례였던 만큼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더욱이 조 청장은 이 청장과 같은 경북고와 영남대를 졸업했다. 국세청장과 서울청장이 모두 TK 출신인 데다가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인 셈이다. 국세청은 "1급 고위직 4명의 경우 출신 지역을 고려한 균형 인사"라고 자체 평가했다. 서울(박윤준 국세청 차장), 대구(조현관 서울청장), 대전(김덕중 중부청장), 경남(김은호 부산청장) 등이 골고루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민주통합당 등 야당에서는 대선 준비용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국세청 내부에서도 말이 워낙 많아 당분간 인사 내홍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국세청은 1급 인사에 맞춰 고위 공무원단 15명과 부이사관급 5명, 과장급 104명의 정기인사도 2일자로 단행했다. 대전지방국세청장과 국세공무원교육원장에는 김경수(55) 소득지원국장, 제갈경배(52) 법인납세국장이 각각 발령됐다. 서울 지역 요직의 하나인 강남세무서장에 안옥자(56)씨가 임용돼 국세청 개청 이래 강남권 첫 여성 서장이 배치된 것도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