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과 감독권한을 모두 가진 초대 금융위원장에 민간 출신인 전광우 딜로이트컨설팅 회장이 임명된 것은 규제완화를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는 민간 전문가 출신이 적임자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 위원장은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7년에는 세계은행(World 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재직하면서 경제부총리 특보로 국가 IR을 주도했고 2000년대 초에는 국제금융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는 등 국제금융 분야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전 위원장은 민간 출신답게 시장친화적 금융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이러한 점이 금융위 수장 발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또 관보다는 민간이 규제완화를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도 발탁의 한 요인이다.
그는 임명 직후 가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경제 선진화를 위해 금융산업이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금융산업이 한국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시장친화적 금융정책을 펼칠 계획”이라며 “아울러 금융위가 (감독이 아닌) 서비스를 하는 기구가 되도록 금융위 체계를 개편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광우호’는 우선 금융산업과 산업자본의 분리정책 완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민영화, 금융소외자 신용회복 지원 등 이명박 정부가 설정한 금융 분야의 핵심 국정과제에 대한 세부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이 가운데서도 현행 금산분리정책이 지나친 규제로 국내 자본의 역차별을 낳고 있다는 점에서 전 위원장이 그릴 금산분리 완화의 그림은 국내외에서 큰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늦어도 하반기에 금산분리를 규정하고 있는 은행법 개정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그는 올해 초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은행에 대해 “상업은행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만큼 민영화를 늦출 필요가 없다”고 밝힌 점 등을 감안할 때 국책은행의 민영화도 한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증권ㆍ자산운용업의 진입규제 완화, 금융지주사 활성화, 헤지펀드 허용, 금융 전문인력 양성, 단기금융시장 활성화 등도 전 위원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하지만 민간 출신이기 때문에 얼마나 조직 장악력을 발휘해 금융위원회를 이끌어갈지 주목된다. 또 금융감독기구 개편 과정에서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요구하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대립각을 세웠던 금융감독원과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관치금융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도 전 위원장의 과제다. 원칙을 중시하는 외유내강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 프로필
▦서울(59) ▦1973년 서울대 경제학과 ▦미시간주립대 경영대 교수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ㆍ국제금융팀장 ▦경제부총리 특보 ▦국제금융센터 소장 ▦우리금융지주 총괄 부회장 ▦포스코 이사회 의장 ▦딜로이트코리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