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7월 1일] '금 모으기 운동' 열정 다시 기대하며

지난해 초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시작된 세계금융시장의 불안은 아직 진행형이다. 올 들어서는 유가와 원자재가 상승 등 실물경제로까지 어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0년께 시작된 세계적 유동성 과잉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이 이제 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인생처럼 경제에도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게 마련인 것 같다. 잘 나가던 베트남에 이어 태국과 아르헨티나까지 ‘IMF 구제금융’ 논란이 번지는 것을 보면서 10년 전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풍부한 외환보유액과 낮은 부채비율 때문에 한국이 다시 경제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최근 어려운 경제 환경은 과거와는 또 다른 측면의 리스크 요인이어서 10년 전 교훈을 새삼 떠올릴 때라고 생각한다. IMF 극복을 위해 전국민이 노력하던 1998년 당시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은 의미 있는 말을 했다. “IMF 졸업이 빌린 돈을 다 갚는 것을 의미한다면 2년 내지 3년이 걸릴 것이고, 우리의 관행과 제도를 국제수준으로 올리는 것이라면 5년 내지 10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IMF 졸업이 IMF 위기 이전의 질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면 그것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과연 우리의 행동규범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올려놓았을까, 아니면 작은 성과에 만족해 다시 그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1970년대 트럭 운전사 출신의 일본 복싱선수 와지마 고이치는 ‘한번 진 선수한테는 다시 지지 않는다’는 신화로 유명하다. 과거에서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나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에게 위기가 오고 있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알면서도 우리는 위기를 맞았다. 이번 세계경제 불황이 특히 에너지 및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우리가 과거에서 배운다면 지금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마음을 다잡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10년 전 우리는 온 국민이 합심해 일궈낸 ‘금 모으기 운동’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런 국민의 열정과 단결이 혹시 모를 ‘위기’ 이전에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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