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3월23일] 원자력상선 사바나

[오늘의 경제소사/3월23일] 원자력상선 사바나 권홍우 요트처럼 미끈한 선체가 드라이 독을 빠져나왔다. 진수 성공. 관객들의 탄성이 터졌다. 1962년 3월23일, 세계 최초의 원자력 상선 ‘사바나(NS Savannaha)’호의 첫 선 장면이다. 배는 근사했다. 당시 첨단기술이 총동원된 호화판. 영화관 두 개와 수영장ㆍ도서관이 딸렸다. 사바나호 건조는 홍보전략의 일환. ‘핵무기 개발보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애쓴다’는 이미지를 심는 게 목표였다. 주목적인 화물선보다는 날렵한 여객선처럼 외양을 꾸민 이유도 전시효과를 노렸기 때문이다. 소련이 1952년 원자력 쇄빙선 ‘레닌호’를 띄운 것도 사바나의 건조계획을 앞당겼다. 건조 비용은 총 4,690만달러. 요즘 돈으로 33억5,488만달러(미숙련공 임금 상승률 기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원자로 탑재 비용을 빼도 일반 상선의 네 배나 되는 비용이 들어갔다. 문제는 운영비. 유선형 구조 때문에 선적 용량을 희생, 일반 상선과 경쟁이 안 됐다. 핵 안전교육을 이수한 승무원 인건비도 선원 평균의 세 배였다. 연간 200만달러의 적자에 시달린 선주(해양수산청)는 1972년 운항을 중지시켰다. 퇴역한 사바나는 유사시 동원 상선으로 보관 중이다. 독일이 1964년 건조한 원자력선 ‘오토 한’호 역시 경쟁에 밀려 1979년 동력을 디젤엔진으로 교체했다. 일본의 ‘무쓰’호는 반핵운동 때문에 시운전조차 제대로 못한 채 생명을 잃었다. 남은 민간 원자력선은 러시아의 쇄빙선 3척(7척 보관 중)이 전부다. 세계적인 조류와 달리 국내에서는 30만톤급 원자력 컨테이너선 건조 구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태평양을 4일만에 주파, 해운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유가가 더 오른다면 실현될지도 모를 일이다. 입력시간 : 2006/03/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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