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한·중FTA 두려워 말라

오영호 KOTRA 사장


지난해 우리나라의 영화 관객수가 사상 최초로 2억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인도·미국·중국·프랑스에 이어 세계 다섯번째 대기록이다. 한국 영화 관람객도 2년 연속 1억명 돌파에 성공했다.

시계추를 되돌려 2006년으로 가보자.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한국 영화 스크린쿼터 축소가 발표되면서 영화계가 크게 반발했었다. 영화인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 영화계를 죽일 것'이라며 격렬하게 시위했었다.

하지만 당시의 우려와는 달리 지난해 박스오피스 상위 10편 중 9편이 한국 영화고 한국 영화 관객점유율이 60%에 달해 한국 영화가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영화가 너무 극장을 집어삼켰다며 문제점을 얘기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올 정도다. 한국 영화산업은 2006년을 기점으로 고사는커녕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방으로 늘어난 외국 영화가 한국 영화를 죽이는 대신 영화인들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각성시킴으로써 오히려 약으로 작용한 셈이다.


다시 시간을 거슬러 2001년 중국으로 가보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중국 매체들은 하나같이 '늑대가 몰려온다(狼來了)'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WTO 가입 후 몰려들 외국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언론의 눈에는 늑대로 비춰진 것이다. 전문가들도 WTO 가입으로 자동차와 금융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흥분했다. 경쟁을 모르고 온실 속에서 커온 중국 기업이 선진 외국기업과 경쟁하게 되면 망할 수밖에 없다며 겁부터 먹은 것이다.

관련기사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오늘날 중국의 현실은 어떤가. 우려했던 중국 기업의 도산 대신 늑대라던 외국기업과 중국 기업이 함께 춤을 추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이 활발하다. 어느덧 주요2개국(G2)으로 등극한 중국은 자동차 생산과 판매에서 세계 최대시장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2,200만대로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를 넘어섰다. 2013년도 세계 1,000대 은행 순위에 중국은행이 96개나 이름을 올렸다. 중국공상은행이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10위권 안에만 4개의 중국은행이 포함될 정도다.

모든 것이 소비자의 자유 판단에 맡겨지는 요즈음 경쟁력 없는 제품의 시장지배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과거 문화시장 개방이나 FTA 협상 때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걱정했지만 여전히 우리 기업은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며 이겨내고 있다. 오히려 해외에서 거침없던 월마트와 까르푸가 짐을 쌌고 소니와 애플이 토종 브랜드에 밀려 눈치보는 나라가 한국이다.

현재 중국과의 FTA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다. FTA의 목적은 어느 한 국가의 산업을 파괴하는 데 있지 않고 적절한 보호장치를 통해 상호 이익을 도모하는 데 있다. 농축산물에 대한 피해우려가 높지만 우리로서는 이를 농업 분야 전반에 대한 체질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중국인의 먹거리 불안 심리가 확대되면서 안전성이 담보된 친환경 농산물 수출도 하나의 대응책이 될 수 있다. 중국인 입맛에 맞는 유망 품목을 발굴해 중국 식품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됐지만 여전히 한우는 도태되지 않고 비싼 가격을 유지하며 소비자가 찾고 있다. 중국 고급식당을 가보면 일본산 와규(소고기)가 비싼 가격임에도 소비가 늘고 있는 중이다. 와규에 뒤지지 않는 우리 한우의 중국 수출이라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중국 사자성어 중에 '징갱취제(한번 실패로 지나치게 경계한다)'란 말이, 라틴어로 'nolite timere(두려워 말라)'라는 말이 있다. 지레 겁부터 먹어 지나치게 조심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과도한 걱정이나 경계 대신 한중 FTA를 내부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고 세계 최대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긍정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