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알쏭달쏭' 골프 룰, 스타도 웃고…울고

헤저드서 클럽으로 바닥쳐 벌타<BR>깃대 뽑지않고 퍼트 "이글이 파"<BR>볼 없는동안 모래정리 무벌타도


‘룰에 울고 룰에 웃고.’ 골프는 룰의 경기라고 할 만큼 엄격하고 세밀한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게임이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룰 때문에 ‘눈덩이 스코어’를 기록하기도 하고 다 잡았던 우승컵을 놓쳐 땅을 치기도 한다. 알쏭달쏭한 골프 규칙을 유명 선수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살펴봤다. ◇1타가 5타 됐네=지난 78년 마스터스에 출전했던 당시 일본 골프스타 토미 나카지마는 오거스타내셔널 13번홀(파5)을 13타 만에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티샷 실수 등으로 3타 만에 페어웨이를 밟은 그는 4번째 샷을 얕은 개울에 빠뜨렸다. 해저드 탈출을 시도한 5번째 샷은 그의 발에 맞고 말았다. 플레이 중인 볼에 몸이 맞았기 때문에 룰 19조2항에 따라 2벌타. 이어 다시 시도한 8번째 샷도 개울을 벗어나지 못하자 화가 난 그는 클럽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볼이 해저드 내에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볼이 있는 동안 벙커의 모래에 클럽을 댔을 때와 마찬가지로 2벌타가 추가됐다(13조4항). 1벌타 구제로 막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5타나 까먹은 것. ◇가슴 아프게=지난 2003년 마스터스 최종일 선두를 달리던 제프 매거트가 페어웨이 벙커에서 2벌타를 받아 트리플보기를 범한 것도 유명한 에피소드. 벙커 턱에 맞고 튀어나온 볼에 가슴을 맞은 매거트는 5위로 대회를 마감했고 결국 가슴을 치며 울분을 달래야 했다. ◇“나도 아파”=자신의 몸에 볼이 맞는 경우에만 벌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룰 19조2항은 ‘경기자의 볼이 그 자신, 그의 파트너, 그들의 캐디나 그들의 휴대품에 의해 우연히 정지되거나 방향을 바꾼 때’에 벌을 부가한다. ‘전설의 골퍼’ 진 사라젠은 지난 53년 마스터스 1라운드 2번홀에서 드라이버 샷으로 앞서가던 자신의 캐디를 맞혔다. 고통에 뒹구는 캐디 앞에서 2벌타를 받은 사라젠도 가슴이 아팠을 상황이었다. ◇‘남의 집’이었다=지난해 NEC인비테이셔널 3라운드. 비로 페어웨이 곳곳이 질퍽해지자 로컬 룰에 따라 벌타 없이 볼을 집어 닦는 것이 허용됐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마루야마 시게키는 3번홀 페어웨이에서 볼을 닦아 플레이 한 뒤 2벌타를 받았다. 그는 2번홀 플레이 도중 티샷을 잘못 해 볼을 옆에 있는 3번홀로 보냈던 것. 로컬룰은 ‘플레이 하고 있는 홀’에서만 볼 닦는 것을 허용한다. ‘남의 집’은 해당되지 않는다. ◇깃대가 있었네=유럽투어의 필립 프라이스도 ‘이글이 파가 되는’ 아픔을 겪었다. 올해 두바이데저트클래식에서 그는 캐디가 깃대를 뽑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은 채 서둘러 이글 퍼트를 했고 볼은 깃대에 부딪힌 뒤 홀인됐다. 룰 17조3항은 그린 위에서 플레이 된 볼이 홀에 꽂힌 깃대나 그린 위에 놓아둔 깃대를 맞히면 2벌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볼이 깃대를 잡고 있는 사람에게 맞는 경우도 마찬가지. 단, 그린 밖에서 플레이 할 경우는 벌이 없다. ◇볼 들어오기 전에=엎드린 채 퍼트 라인을 읽는 것으로 유명한 요아킴 해그만은 룰을 영리하게 이용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에서 그는 벙커 탈출을 시도했지만 볼이 다시 벙커로 굴러 떨어지기 시작하자 재빨리 모래에 생긴 클럽자국과 발자국을 발로 지웠다. 13조4항이 ‘볼이 해저드 내에 있을 때’에만 클럽 또는 다른 것으로 지면에 접촉하는 것이 금지된 점을 떠올리고는 ‘볼이 벙커 바깥에 있을 동안’ 모래를 정리해 벌타도 면하고 모래도 평평하게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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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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