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스포츠를 수입도 하지만 국내스포츠를 수출도 하는 스포츠 분야의 종합상사로 키우겠습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독점해온 국내 스포츠방송에 지각변동을 몰고왔던 이희진(41) IB스포츠 대표. 지난 10월 30일자로 피혁제조업체인 ㈜상림을 통해 우회상장에 성공, 스포츠마케팅산업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현재 주가총액만 1,400억원이 넘는다.
그는 국내에 생소했던 스포츠방송권 배급 및 스포츠마케팅이라는 개념을 국내에 첫 도입해 스포츠콘텐츠를 기업적인 관점에서 풀어냈던 주인공. 대형스포츠 경기의 경우 시청자들이 무료 시청하게 해줘야 한다는 ‘보편적 접근권’논란도 불러일으켰던 당사자기도 하다.
그는 “91년 KBS영상사업단(현 KBS미디어)에서 해외 프로그램을 국내에 사서 들여오는 역할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며 말문을 뗐다.
-사업초창기 국내 스포츠콘텐츠 시장의 모습은 어땠나.
▦그때 아시아상공은 홍콩스타TV나 ESPN아시아만이 장악했다. 97년 박찬호 경기를 처음으로 KBS에서 가져왔는데, 1경기당 1만달러 정도의 판권으로 34경기를 34만달러에 들여왔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경기를 3,400만달러를 줘야 하니 상전벽해다.
독립해 IB스포츠를 세웠다. 메이저리그 판권을 사왔으나 KBS등이 방영해주지 않아 작년 3월 썬티브라는 자회사를 아예 만들어 ‘X스포츠’라는 케이블TV 채널을 운영해왔다. X스포츠는 현재 CJ에 경영권을 넘겼다.
-스포츠가 왜 킬러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나.
▦방송을 타고 나가게 될 콘텐츠는 질과 양이 보장돼야 한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자체가 하나의 방송채널이 돼가고 있을 정도로 스포츠는 양과 질이 풍부하다. 국내서도 여름스포츠인 프로야구와 겨울스포츠인 농구를 묶어 한 채널로 만들자는 논의가 이미 3, 4년전부터 있어왔다. 월드컵, 올림픽 등 스포츠콘텐츠는 드라마와 달리 대체성이 없다는 것도 차별성이 있다.
-KBS, MBC 등 공룡 같은 지상파방송사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등 중계판권을 확보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
▦국제스포츠 비즈니스의 3대 성공요인은 첫째 인간관계(그는 휴먼릴레이션십이라고 했다), 둘째 인간관계, 셋째 인간관계라고 할 정도다. IB스포츠는 메이저리그 등 국제스포츠계와 지속적으로 이런 관계를 맺어왔다고 자부한다.
-메이저리그 등이 국내에 직접 진출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뉴스가 들린다. 대응책은.
▦세상에 변하지 않은 것은 없다. 다만 한발빨리 움직이면 된다. 현지 파트너가 신뢰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스포츠콘텐츠 권리 소유권자들도 권리를 위임해준다. 협상은 줄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것이고, 너무 받으려고만 하면 협상은 깨지는 것이다. 그게 국제스포츠계의 게임의 룰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인 국제스타의 소멸 가능성에 대한 위험론을 제기하고 있다.
▦스포츠 콘텐츠는 스타를 통해서 가치가 높아지는 게 맞다. 다만 박찬호가 은퇴해도 새 선수가 수혈될 것이고 우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콘텐츠는 유한한데 방송 플랫폼은 더 늘어나고 있는 현상에서도 우리는 기회를 찾고 있다. 참고로 계약의 5대원칙 같은 걸 지켜왔다. ▦우리나라 주력스포츠를 계약하라 ▦국내 선수가 뛰고 있는 세계적인 스포츠를 들여와라 ▦국내선수가 없더라도 세계최고급 스포츠를 들여와라 ▦장기적으로 계약하라 ▦독점적으로 계약하라 같은 것이다.
이 대표는 “않하는 것보다는 뭔가를 해보자는 말을 가슴에 안고 산다”는 말로 새 영역에 대한 또다른 도전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 “IB스포츠를 국내 우회상장의 모범사례로도 만들어 보이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프로필
▦1965년 서울생 ▦한국외대 영어학과 졸 ▦1992년 KBS 영상사업단 입사 ▦1997년 IMG KoreaㆍTWI Korea 지사장 ▦2000년 CBS 스포츠라인 한국지사장 ▦2001년 NBA 한국지사장 ▦2001년 ㈜에스앤이미디어앤마케팅 대표이사 ▦2004년 ㈜썬티브이 대표이사, IB스포츠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