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공개한 신격호 총괄회장 지시서는 두 가지. 신동빈 회장과 이인원 부회장,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을 해임하는 '해임지시서'와 신동주 전 부회장을 한국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한다는 '임명장'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그룹 내에서 제왕적 권력을 보유한 신격호 총괄회장은 그간 중요 의사결정을 구두로 해온 적이 많았으며 직인과 서명을 남긴 문서 지시는 이례적이다.
롯데그룹과 신동빈 회장,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필 문건들의 법적 효력을 부정하고 있다. 한일 양국 법률은 등기임원의 해임을 위해서는 주주총회 결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황각규 사장은 미등기 임원이지만 신동빈 회장과 이인원 부회장은 등기임원이다. 전문가들은 미등기임원을 구두·서면으로 해임하는 것도 적법한 절차는 아니라고 본다. 국내법에 따르면 임기 만료 전 해임된 이사는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도 있다. 김선정 동국대 교수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관행적으로 구두 결정을 내려왔다 해서 이번에 작성한 지시서들의 효력을 인정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회사를 사적 소유물로 착각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신격호·신동빈 부자의 일본롯데홀딩스 이사교체 요구가 임시 주주총회에 상정될 경우에 한해 해임지시서가 일종의 의결권 위임장으로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김익현 법무법인 지석 대표변호사는 "지시서와 주총 안건이 같은 내용이라면 지시서가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에 상당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회사법에 따르면 발행주식 3% 이상을 소유한 소수 주주는 누구나 법원을 통해 임시 주총 소집을 청구할 수 있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이사 교체 안건을 상정하는 일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롯데 측은 이 경우에도 신격호 총괄회장이 의사를 제대로 결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지시서를 썼을 가능성을 문제삼을 수 있다. 지시서가 제한적이나마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까지도 지난한 과정이 요구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