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년 7월 초대행정장관 취임/홍콩 동건화 체제 기대반 우려반

◎1국 2체제 모순 해결·경제번영 지속 등 난관 산적/“지나치게 친중국적” “시장경제 신봉자” 평가 교차【홍콩=연합】 홍콩의 해운왕 동건화(59·전동방해외그룹 회장·사진)가 11일 내년 7월 홍콩의 주권반환 후 정식 발족하는 홍콩특별행정구(SAR)를 이끌 초대행정장관에 선출됐다. 동건화 후보는 이날 홍콩섬 컨벤션 센터에서 4백인 추선위원회 선거에서 3백20표를 얻어 42표를 획득한 전수석대법관 양철량(67), 36표의 오광정(50.전 구룡창그룹회장)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제치고 당선이 확정됐다. 그러나 임기5년의 초대행정장관이라는 영광을 즐기기에는 동 당선자에게 주어진 임무가 너무 무겁다. 1백50여년간의 영국 식민통치 끝에 중국의 그늘로 복귀하는 홍콩특구의 장래 운명이 그의 능력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건화 당선자가 홍콩 주민의 이익과 중국의 통치방식간의 갈등을 해소시키면서 혼란없이 자유시장경제체제 아래 홍콩의 경제적 번영을 지속시킬 수 있느냐에 홍콩주민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사회주의체제를 고수하되 홍콩에는 향후 50년간 자본주의체제를 허용하겠다는 등소평의 「1국2체제」의 구상 아래 역사적 주권반환이 이뤄지지만 이 구상에 근거한 「항인치항」(홍콩의 통치는 홍콩인에 손에 맡긴다)이 어떤 모습으로 전개 될지는 미지수다.「1국2체제」구상은 당초 대만과의 통일을 겨냥한 것이기에 홍콩의 장래는 중국-대만관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 동건화의 통치 방향에 대해선 기대와 회의가 엇갈리고있다. 회의론자들은 그가 지나치게 친중국적이어서 홍콩 주민의 이익를 외면하고 중국측의 충실한 시녀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가 친중국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은 분명하다.부친으로부터 가업인 동방해외그룹 경영을 인계받은 그는 지난 85년 사업상의 위기에 처했으며 이때 그를 구원해준 건 홍콩의 금융계도 아니고 대만도 아니며 바로 중국이었다. 중국은 당시 그에게 1천억원(한화)의 거금을 선뜻 지원해 주었다. 동건화 당선자는 이번에 후보로 나서자 마자 이 사실을 거리낌이 없이 밝혔다. 그는 후보 정견발표 때 자신은 친중국적임을 자랑스럽게 밝혔고 친중국이 애국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이 행정장관이 되면 홍콩에서 대만이나 티베트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세력들을 용인하지 않을 것임과 중국 공산당의 홍콩내 활동도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재벌출신이라 재계의 입장만 대변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이와 달리 그에게 기대를 거는 주민들도 많다.측근들은 그가 자본주의 첨단인 홍콩에서 성장했고 영국 런던대학에서 대학교육을 받은 후 미국회사에서 근무한데다 재벌그룹을 이끌어온 전력으로 미뤄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신봉자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내세운다. 유교와 손자병법에 심취해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신념을 갖고 있는 그는 온화하고 침착한 성격에 예스맨만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오랜 친구이자 홍콩 신문명보의 전편집인 사량용의 주장이다.그가 필요할 때는 단호하게 「노」라고 말할 줄 아는 성격이라는 데는 그의 재계 동료들과 부하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그가 타협의 명수로 초반에는 자신의 주장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설득을 통해 막판에는 결국 주장을 관철시킨다는 점도 그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중의 하나이다. 1국2체제와 관련, 동건화 당선자는 홍콩주민에게는 한 국가라는 점을, 중국에는 2체제라는 점을 부각시켜 조화를 이뤄 나가겠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기대론과 회의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그가 미국, 영국, 일본 등과의 오랜교류와 대만과의 유대를 활용, 홍콩을 둘러싼 국제적인 이해를 조정해 나가는 문제도 그의 어깨에 걸린 큰 짐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병법이라는 손자병법을 믿는 동건화의 홍콩 통치가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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