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지표간 괴리도가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금융상품간 자금이동이 극심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화신용정책의 기초자료인 통화지표가 시중 유동성을 제대로 반영치 못하고 있다. 통화관리의 혼선과 정책대응 실기(失機)도 우려된다.
◇날로 심화하는 통화지표간 괴리현상= 올들어 M2와 MCT의 간극이 더욱 벌어지고 있다. 3월말 현재 M2증가율 추정치는 무려 33.6%. 지난해 12월의 증가율 21.5%보다 12.1%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11월 26.1%를 기록한후 12월 21.5%로 다소 떨어지는 듯했던 M2증가율은 올들어 다시 반등세로 돌아서 1월말 26.3%, 2월말 30.0%에 이어 3월말 33.6%로 급증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반면 MCT 증가율은 3월말 현재 6.9%로 지난해말의 2.6%보다는 높아졌지만 M2증가율과의 격차는 더욱 심화했다.
M2는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의 합계인 M1에 저축성예금과 거주자외화예금을 더한 것이다. MCT는 M2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전신탁의 합계. 두 지표 모두 현금통화와 은행수신을 나타내지만 MCT는 단기상품과 신탁을 포함한 것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지난 96년 이후 비슷하게 움직이던 두 지표간 흐름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MCT는 계속 떨어진 반면 M2증가율은 꺽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올들어서는 증가율에 가속이 붙었다. 때문에 지난해 4월까지만해도 4%포인트에불과했던 지표간 간극이 1년만에 26.7%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이같은 괴리도는 사상 최대수준이다.
◇괴리도 심화 이유= 두 지표간 증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금융상품간 자금이동 때문이다. 수신금리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은행신탁과 양도성예금증서같은 시장성 상품이 금리경쟁력을 상실, 저축성 예금 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금전신탁이 3월 한달동안 6조1,787억원, CD가 1조33억원 등 두 상품에서만 한달새 7조원 이상 감소했다. 이들 상품은 MCT구성 요소. MCT상품의 주력이 M2로 옮겨간 셈이다.
여유있는 외환수급 사정도 M2 증가 요인.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와 거주자외화예금이 M2를 불리고 있다. 증시활황과 부동산 열풍도 MCT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은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의식한 자금이 은행의 시장성 예금에서 이탈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표간 괴리도는 앞으로도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지표간 간극이 좁아지려면 은행 시장성수신상품의 금리경쟁력이 회복되어야 하는데 은행 수신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시장불안 요인 가중= 그래도 한은은 지표간 괴리도가 벌어져도 금융시장에 별다른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전같으면 M2 증가는 곧 인플레 압력으로 연결되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은은 M2와 MCT가 여전히 공식적인 중심통화지표라고 하지만 M3가 사실상의 중심지표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한다. M2에 제2금융권 예수금을 합친 M3의 중심지표 활용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사항이기도 하다.
지난 2월말 현재 M3 증가율(추정치)는 13.1%수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97년 11월 16.0%를 기록한 이래 지속적인 하향안정세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0.5%포인트대를 넘는 증가세로 돌아섰다는게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M2에 집중된 시중유동성이 M3로 전이중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시장불안요인 높아지고 인플레 압력도 촉발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M3 추이를 분석하고 대처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2금융권 예수금을 집계하는데 시간이 두달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상황변동에 따른 정책대응력도 그만큼 떨어진다. 민간금융연구소 관계자는 『통화당국이 M3에 메달릴게 아니라 M2의 이상 비대현상과 M3에의 파급효과를 냉철히 따져봐야 하 시점』이라고 말했다./권홍우 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