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원전 정책마저 포퓰리즘에 휘둘려선 안 된다

우리나라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된다. 정부는 12일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열고 한국수력원자력에 고리 1호기 폐로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한수원은 이 권고안을 토대로 18일까지 이사회를 열어 고리 1호기 운영 재연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나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일 게 확실하다. 이에 따라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2007년 설계수명 30년을 채운 뒤 한차례 10년 연장운영을 끝으로 2017년까지만 가동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듯 원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 측은 애초 안전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수명 연장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전문적 판단이 아니라 여론에 밀려 내린 것으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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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에너지위가 열리기도 전에 정부가 존폐를 결정한 후 위원회를 개최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 게다가 폐로 결정의 주체는 원자력안전위원회다. 정부가 미리 방침을 정하는 바람에 관련 위원회들이 존재이유를 잃은 채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 에너지위는 폐로 권고의 근거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커진 원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들었다. 원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배경이라면 정부의 원자력정책 전반에도 똑같은 자세를 취할 것인지 묻고 싶을 지경이다.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전문가들의 판단을 존중하기보다 정치권을 비롯해 부산시·환경단체 등의 요구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이런 잘못된 절차, 잘못된 결정은 앞으로 두고두고 정부 원전정책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2029년까지 설계수명을 다하는 원전은 10곳에 달한다. 수명이 2023년까지인 고리 2호기는 2021년까지 계속운전 또는 폐로를 결정해야 하고 고리 3호기는 2022년, 고리 4호기는 2023년까지 계속운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고리 1호기 폐로가 정치적으로 결정됨에 따라 앞으로도 이런 사태가 매번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온실가스 감축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만큼 화력발전소 증설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그럴수록 원전은 유일한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은 위험하니 안 된다'고 주장하기는 쉽다. 하지만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지역주민을 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한 것 아닌가. 이젠 정치권 포퓰리즘이 원전정책까지 좌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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