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아들 죽였다"
■유족 표정김씨 부모 사망소식 듣고 한때 실신
“정부가 내 아들을 죽였다. 내 아들을 살려내라.”
김선일(33)씨가 살해됐다는 소식을 접한 아버지 김정규(69)씨와 어머니 신영자(59)씨, 누나 향림(41)씨 등 가족은 망연자실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김씨의 생사가 확인되고 김씨 석방을 위한 교섭이 진전돼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던 가족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비보였다.
김씨 부부는 23일 오전2시쯤 외교통상부 직원으로부터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전해듣고 실신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전8시쯤 부산 동구 범일동 안창마을 자택에 돌아온 뒤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아들을 죽게 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김정규씨는 “아들은 민간인으로 돈을 벌러 갔을 뿐이다. 아들이 살해당할 위기에 처했는데도 정부가 파병원칙에 흔들림이 없다는 방침을 재확인해 내 아들을 죽였다”고 정부를 원망했다.
어머니 신씨는 맥이 빠져 방바닥에 드러누운 채 연신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불쌍한 내 자식, 이를 어찌할꼬…”를 되뇌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으며 큰 누나 향림씨와 작은 누나 미정(38)씨, 여동생 정숙(32)씨도 방바닥을 치며 울부짖어 주위 사람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김씨 유족들이 이웃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본가의 임시 빈소에는 새벽부터 허남식 부산시장을 비롯해 시민들과 지인들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허 시장은 “정부가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김씨의 모교인 부산신학교(현 경성대) 출신인 우재순(46) 목사도 “애통한 소식을 듣고 왔다”며 “무엇을 도울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용인고 2년 후배라고 밝힌 이재안(기독교윤리실천운동 간사)씨는 ‘정부는 하루빨리 파병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김씨 영정에 바치고 흐느끼기도 했다.
한편 유족들은 오전10시쯤 본가가 비좁고 차량통행이 불편한 점 등을 고려해 부산시가 요청해 마련한 부산의료원 장례식장 1호실로 빈소를 옮기고 조문객을 맞고 있다.
부산=김광현 기자 ghkim@sed.co.kr
입력시간 : 2004-06-23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