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간 정상회담은 14일 오후 6시(이하 현지시간, 한국시간 15일 오전 7시)부터 백악관에서 진행됐다.
0...노 대통령은 오후 5시50분께 북서문 진입로를 통해 회담장소인 백악관에 도착, 루즈벨트룸에 들어가 방명록에 서명한 뒤 1층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앞으로 이동해 기다리고 있던 부시 대통령과 반갑게 악수를 했다. 두 정상은 첫 대면이지만 노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네차례 전화통화를 한데다 46년생 동갑내기에 활력이 넘치는 기질상의 공통점 등으로 마치 구면인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이어 두 정상은 양측 배석자들을 서로 소개한 뒤 기념사진 촬영을 했다. 우리측에선 윤영관 외교장관, 라종일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측에선 앤드루 카드 대통령 비서실장과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이 각각 배석했다. 회담 기록은 심윤조 외교부 북미국장과 짐 모리아티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이 각각 맡았다.
0...단독회담은 6시부터 37분간 진행됐다. 두 정상은 만찬장인 2층 올드 패밀리 다이닝룸으로 가면서 이동로인 로즈 가든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서서 함께 사진촬영을 응한 뒤 기자들에게 회담결과를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의 좋은 친구인 한국의 대통령을 워싱턴DC와 오벌 오피스, 그리고 로즈 가든에서 환영하게 돼 영광이다. 노 대통령의 방문을 매우 기대해왔다”고 운을 떼고 “그동안 수차례 전화통화를 통해 중요한 문제를 논의했고 이번에는 직접 만나 논의할 수 있었다”며 “이 회담을 통해 노 대통령이 아주 대화하기 편한 상대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나아가 부시 대통령은 “뿐만 아니라 자기 의견을 매우 명확하게 표현하고 이해하기 쉬웠다”고 노 대통령에 대한 인상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한가지 분명한 것은 앞으로 우리 두 나라가 광범위한 문제들에 대한 긴밀한 협의를 통해 최상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점”이라며 “우리가 주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 자유롭게 의논할 수 있는, 개인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갖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신뢰를 확인했다.
특히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며 “저는 노 대통령에게 앞으로도 우리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할 것임을 다짐했다”고 소개하고 “우리는 북한과 관련된 한반도 문제에 있어 평화적인 해결을 향해 좋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여러 다른 문제들도 논의했는데 그중 하나는 경제문제에 대해서도 양국이 긴밀히 협력한다는 것”이라며 “저는 한국경제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고, 한국이 경제성장과 활력의 견인차 역할을 계속 할 것임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노 대통령과 함께 굳건한 양국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해 노력하기를 기대한다”며 “노 대통령이 이곳에 와주셔서 기쁘다. 환영한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0...부시 대통령은 또 “우리는 북한과 관련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성취해 나가는 데 있어 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하고 “한가지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경제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계속 협력해 나가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나는 한국경제에 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나는 경제성장과 활력을 위한 엔진으로서 한국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며, 노 대통령과 함께 공고한 한미관계 강화를 거듭 지속하기 위한 공동협력을 해나갈 것을 무척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 노 대통령을 재차 환영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한국을 떠날 때는 걱정과 희망을 함께 가졌었으나 오늘 저는 부시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뒤 걱정은 벗고 희망만 갖고 한국에 돌아갈 것”이라며 회담결과에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말문을 열다가 목이 잠깐 잠기는 바람에 헛기침으로 호흡을 조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자신감이 넘치는 자세로 오른 손을 써가면서 “방금 (부시대통령의) 발표에서 한가지 빠진 게 있다”면서 “한미동맹관계가 지난 50년 동안 발전해 왔으며 앞으로도 50년간, 아닌 그 이상 더욱 더 발전해 나갈 것에 합의했다”고 한미동맹관계를 적극 부각시켰다.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발표하는 동안 시종 웃음을 지으며 회담 결과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0...특히 노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거듭 강조하자 부시 대통령은 얼굴에 웃음을 머금은 채 상당히 만족해 하는 표정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짧은 시간에 아주 부드럽게 합의에 도달했다. 제가 부시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준비했던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방금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여러 가지 많은 성과를 얻었지만 가장 중요한 성과는 부시 대통령과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었고, 인간적으로 매우 가깝게 될 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두 정상간 개인적 신뢰 증진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마지막 부분을 고쳐서 말하겠다”면서 “많은 국가정책적 문제를 합의했지만 부시 대통령과 제가 신뢰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며 “부시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에게 거듭 감사드린다”고 신뢰를 재차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간략한 회담결과 설명에 이어 기자들의 질문에 짧게 대답한 뒤 오후 6시47분께 만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 대통령은 이동하는 중간에 한 한국기자가 소감을 묻자 “엄청나게 걱정하고 긴장했는데 걱정은 내려놓고 긴장은 풀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두 정상의 회담결과 간이 브리핑은 CNN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부시 대통령은 5분, 노 대통령은 4분 가량 결과를 브리핑했으며 부시 대통령은 내내 웃음을 보였고 노 대통령도 간간이 웃으면서 상기된 표정을 지어 회담결과에 모두 만족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어 만찬은 오후 6시50분께부터 8시까지 진행됐다. 만찬은 별도의 만찬사 없이 부시 대통령의 환영사와 답례 성격의 노 대통령의 건배사가 이어졌으며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만찬은 확대정상회담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이 자리에는 우리측에서 김진표 부총리겸 재경장관, 한승주 주미대사, 김종환 합참의장, 이해성 홍보수석 등이, 미국측에선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ㆍ태 차관보,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 대사가 각각 합류했다.
<워싱턴=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