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내달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10%대 인상하겠다는 방안을 의결했다. 겨울철 전력수급 안정과 영업적자 해소를 위해 전기 수요를 줄이겠다는 명분에서다.
조인국 한전 기획본부장은 지난 17일 사외이사들의 주도로 김중겸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당일 이사회에는 사외이사 8명, 사내이사 7명 등 15명 가운데 사외이사 3명만 뺀 12명이 참석했다.
그동안 한전은 원가보상 수준으로 가격을 올린다면 인상률이 평균 14.9% 가량 돼야 하지만 내부 원가절감으로 2~3%대를 벌충하고 나머지만 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따라 이번 인상안은 주택, 농사용은 동결하되 산업용의 경우 대기업에 대해서는 많이 올리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조금 올리는 방향으로 짜였다.
조 본부장은 종전까지는 이사회의 이런 의결 없이 사전에 한전이 비공개로 인상 희망안을 지식경제부에 전달한 뒤 지경부가 전기위원회 심의,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 등을 거쳐 정부안을 확정하면 그것을 의결하는 방식이었으나 이번에는 먼저 이사회 의결을 하고는 정부 단위의 협의 등 같은 절차를 반복하는 것으로 바뀐 셈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전기사업법에 의해 지경부 장관의 인가가 있어야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최종 결정되며 그 절차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조 본부장은 덧붙였다.
한전이 이번에 이사회 의결을 먼저 한 것은 한전 소액주주들이 전기사업법에 따라 회사가 전기요금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김쌍수 전 한전 사장에게 손배배상을 청구한 소송을 고려한 조치라고 지경부는 전했다.
지난 8월 한전 소액주주 13명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최근 3년간 한전의 전기요금이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인상돼 총 2조8,000억원 상당의 손해를 회사가 입었다며 이를 당시 김쌍수 사장이 한전에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금은 김 전 사장만 소송을 당한 상태이지만 한전의 다른 이사들도 같은 혐의로 소송을 당하거나 연대책임을 져야할 가능성이 있고 민사소송 특성상 100% 승리를 장담할 수 없으므로 이처럼 법에 따른 정상적인 의사결정 행위를 통해 소송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정관 지경부 2차관은 “과거와 달리 정부와 사전 협의없이 그렇게 한 것은 소송을 고려한 것으로 봐야한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물가 등을 감안하면서 관계부처간 협의를 거쳐 의사결정을 하는 종전의 절차를 똑같이 밟는다는 점에서 이사회 의결을 먼저 한 것 말고는 내용적으로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어 동계전력 수급관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기요금 인상 시기와 폭이 결정됐으면 좋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가능한한 이른 시일내 요금이 조정되는 것을 희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온라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