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빚은 人災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이틀째인 19일 사고현장은 실종된 가족을 찾는 유가족들의 피 끓는 절규와 몸부림이 계속됐다. 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124명(사망확정 53명, 미확인 사체 71구)이 숨지고 146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실종자대책협의회측에서 전동차내 사체가 80여구에 이를 것으로 주장하는데다 신고된 실종자도 320여명에 이르는 등 계속 증가하고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단순방화가 대형참사로 이어진 것은 당국의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가 원인인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희생자가 훨씬 많았던 1080호 전동차 기관사 최모(39)씨를 조사한 결과 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로부터 중앙로역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니 주의운전 하라는 통보를 받았으나 최씨는 계속 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실제 당시 기관사는 운행 중인 전동차를 정지하거나 후진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지만 최씨는 단순 사고로 오판해 계속 진입했다. 게다가 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의 대응도 모든 전동차에 `주의통보`를 지시했을 뿐 사고현장으로 접근하고 있는 1080호 전동차에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무책임한 사고 대응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경찰은 또 1080호 전동차가 중앙로역에 도착한 뒤 역을 통과하려 했으나 단전조치로 가동이 되지 않은데도 운전자는 “이상 없다”는 안내방송을 두 차례 내보낸 뒤 10여분이 지난 뒤늦게 출입문을 열은 점에 대해서도 사실 규명에 나섰다. 특히 기관사 최씨는 뒤늦게 전동차 문을 열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 대부분의 문이 닫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0…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사연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청 총무과 직원 이달식(45)씨의 딸 현진(19)양은 참사가 발생한 18일 오전 서울대 사회과학대 입학을 앞두고 친구들과 함께 쇼핑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현진양은 이날 사고직전 친구와 헤어진 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대구역 앞에서 지하철을 탄다”고 알린 직후 다시 전화를 걸어 “안돼 안돼”라고 소리친 뒤 소식이 끊겨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또 사고당일 열린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동생과 함께 사고 지하철을 탄 계명대 미대 졸업생 김향진(23ㆍ여ㆍ경북 포항시)씨의 부모님은 “어제 졸업식장에 먼저 도착해 아이들을 기다렸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며 시신만이라도 확인하게 해 달라고 울부짖는 등 유가족들의 몸부림은 하루종일 계속됐다. 조해녕 대구시장은 이날 실종자 가족들과 간담회를 통해 “월배차량기지로 옮긴 전동차내 시신에 대해서는 법의학팀의 협조를 받아 신원을 확인하고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에 대해서도 조기에 신원이 확인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참사와 관련 대구역사점 개점을 연기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대구시민들의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21일로 예정된 대구점 개점을 27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역사점은 사고대책본부에 백화점 인력 30명 등 총 60명의 인력을 지원하고 위로금도 전달할 예정이다. <우현석기자, 대구=김태일기자 hnskw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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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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