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4월 27일] 노조도 이젠 '사업 동반자'

선진 노사관계에서 보듯이 우리도 '사업 동반자'로서의 노동조합의 역할과 활동이 기대되고 있다. 오늘날 북구를 비롯한 선진사회에서는 노동조합은 기업 경쟁력을, 사용자는 일자리 유지와 창출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노사관계는 이해 공통적인 측면과 이해 대립적인 관계가 동시에 공존한다. 이는 생산적인 측면에서는 이해 공통관계가, 분배적인 측면에서는 이해 대립관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노사관계를 갈등 동반자 관계(Konfliktpartnerschaft)로 규정짓기도 한다. 그러나 환경이 급변하고 국제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기업존립의 측면에서 노사는 이해 공통관계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서로를 이익공동체로 그리고 운명공동체로 이해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변화에 따라 기업은 이익집단으로서의 성격뿐만 아니라 공동체적 성격을 회복해 노사 간의 모순과 상이성을 수용하고 대립과 이질성을 극복해 가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위기는 금융위기의 차원을 넘어 산업사회의 지각변동 차원에서 닥쳐오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경제기술 및 사회의 지각변동이 그 어느 때보다도 급속히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즉 산업시대에서 지식시대로, 지식시대는 다시 창의시대로 계속 급격하게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지각변동을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으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세계화와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디지털화를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디지털혁명은 산업사회의 지각변동을 일으켜 지식과 창의기반 시대로 옮겨 가도록 하는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창의 기반시대를 맞이해 개성 있는 기업, 창의성 있는 기업만이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고 성장ㆍ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오늘날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예외 없이 기업의 개성과 독창성이 뚜렷하고 그것이 제품과 서비스에 담겨 있다. 그러므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과 서비스의 제공을 실현시키는 혁신전략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사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생존전략으로 자리매김 했다. 지금 세계는 자본이나 노동 기반의 시대가 아닌 자본과 노동이 융합된 창의 공동체 기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므로 노사관계를 투자공동체로서, 그리고 사업공동체로 보는 눈이 필요하게 됐다. 선진 산업사회에서는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노사관계를 노동과 자본의 계급투쟁이나 노동 상품의 거래관계로 정의하는 '기계론적' 패러다임에서 가치창출을 실현시키는 자본과 노동의 사업공동체인 '유기체론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노사는 합작투자로서 이익공동체인 동시에 운명공동체인 소위 소셜 조인트 벤처(social joint venture)의 이념과 행동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치열한 무한경쟁의 불확실한 난기류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경쟁의 원리가 아닌 공동체 원리에 입각해 기업의 위험을 공동으로 부담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필연적으로 요청됐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노사관계도 한시바삐 전통적인 갈등과 투쟁동반자 관계에서 벗어나 사업동반자와 투자동반자로 변신하도록 하는 게 노사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사업동반자로서 노사관계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을 상품으로 사고파는 대상에서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눈이 필요하다. 또 근로자에 대한 보상을 노동 상품의 대가로서만 보는 눈에서 사업동반자로서 투자의 대가로 보는 눈도 필요하다. 즉 투자적 임금(Investiv Lohn)의 개발을 통해 기업의 경영성과에 따른 사후적 보상도 적극적으로 실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노동은 하루빨리 이념적 투쟁에서 해방돼 사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중시해야 한다. 경영은 투명성과 함께 경영의 객체로서의 노동이 아닌 주체로서의 노동의 참여와 노동의 작업장 혁신노력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람을 주체로 삼는 경영, 사람을 중시하고 이들의 유기적인 협동관계를 중시하는 경영이 추구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 또한 국가경쟁력 강화사업의 일환으로 공동체적 노사관계 기반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함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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