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자기비하'의 함정

건설 60주년을 맞아 우리 건설 역군들이 해외에서 흘리는 땀방울을 취재하기 위해 최근 동남아 지역을 다녀왔다. 예의 질서정연한 싱가포르 도심에서 고풍스런 느낌의 낡은 택시를 잡아탔는데 거리 곳곳을 누비는 ‘쏘나타’ ‘로체’ 택시들이 눈길을 잡아 끌었다. 반갑기도 하고 호기심도 일어 인도계 싱가포르인으로 보이는 택시 기사에게 “한국차가 많은 것 같다”고 말을 건넸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한국에서 왔느냐. 요즘 낡은 택시들을 현대ㆍ기아로 많이 바꾸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본차보다 값이 싸기 때문에 사는 것 아니냐”고 넌지시 떠봤더니 그가 조금 이상하다는 듯 뒤돌아보며 대꾸한다. “노(No.) 한국차들이 더 비싸다.” 의외였다. 값이 비싼데도 왜 한국차를 사느냐고 다시 묻자 “품질이 좋기 때문”이라는 당연한(?) 대답이 뒤따랐다. 뿌듯하면서도 무안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한국차가 저가전략이 아닌 품질을 내세워 당당히 경쟁하고 있음을 확인한 동시에 한국차는 값이 싸고 품질이 떨어진다는 ‘자기비하’ 의식이 제대로 반격당했기 때문이다. 택시기사의 ‘한국 예찬’은 계속 이어졌다. 한국 가전과 한류 드라마, 심지어 한국 축구에 이르기까지 ‘한국’이란 이미지는 그에게 온통 선망의 대상인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해외건설 취재와는 전혀 관계없는 얘기들을 풀어놓는 이유는 간단하다. 알게 모르게 스스로를 과소평가해 왔음을 반성하는 동시에 우리 기업들이 경제발전은 물론 국가 이미지 제고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고 있는지 짚어보기 위해서다. 해외건설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구촌 플랜트 건설은 한국 업체들을 빼놓고는 더 이상 얘기가 안 된다. 주택문제를 해결하려는 개도국은 한국기업에 신도시를 지어달라고 러브콜을 보낸다. 일본ㆍ유럽의 유명 건설사들도 두 손 드는 난해한 토목공사를 우리 기업들은 척척 해낸다. 그런데도 집이나 도로ㆍ다리 정도는 누구나 손쉽게 지을 수 있다거나 플랜트를 많이 짓더라도 정작 핵심기술은 없다는 등의 자기비하성 평가는 여전하다. 심지어 해외 현장에서조차 자국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발언들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비판보다는 격려가, 패배감보다는 자부심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 2007년 우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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