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집·사무실·학교·태양광 발전 연결… 에너지 사용량 조절해 연 20% 절약

■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佛 이시레물리노 가보니

새벽에 남는 전력 냉각수로 저장

소비 늘어나는 낮 시간에 나눠써

프랑스 파리 인근에 있는 이시레물리노에 구축된 이시그리드 전경.

프랑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6㎞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시레물리노는 스마트시티로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다. 기자가 찾은 이곳은 일단 외견상으로도 독특했다. 럭비공처럼 우뚝 솟은 부이그 텔레콤 본사와 비행기 날개 같은 건물 3개가 연결된 마이크로소프트 기술센터 등 독특한 신축 건물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주목을 끄는 것은 건물 자체가 아니라 '연결과 소통·관리'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통신망) 실증실험(이시그리드)이다. 제주도처럼 고립된 곳이나 제한된 분야에서 정부가 주도해 진행하는 실증사업은 여럿이다. 하지만 일반 도시에서 기존 건물들과 주민을 대상으로 민간이 100% 투자해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구축한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앤마리 고사르 프랑스 배전망 업체 ERDF 이사는 "기존 건물을 그대로 둔 채 도시에서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스마트시티가 현실이 되면 직장인이나 개인 투자자들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시그리드(Issy Grid)는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고 절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프랑스 최대 기업인 부이그그룹의 계열사인 부이그 텔레콤과 부이그 모바일러, 슈나이더 일렉트릭, 마이크로소프트, 알스톰, 토탈, ERDF 등 굵직한 10개 기업이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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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소시엄 기한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실증 주제는 △스마트 에너지(배전, 수요 관리, 신재생에너지) △스마트 스트리트(가로등·폐쇄회로(CC)TV 등) △스마트 모빌리티(교통 통제·환승 등) △공공 서비스(안전·보안, 전자정부) △스마트 워터(수질·쓰레기 관리) △스마트 빌딩(빌딩·데이터센터 관리) 등을 위한 솔루션 개발이다.

이시그리드는 200여곳의 집과 1만명의 직원, 빌딩과 학교, 태양광 발전, 12대의 전기차, 28개의 가로등, 데이터센터 등으로 구성된다. 부착된 센서와 보조장치로 서로 소통하고 통제한다. 가령 집에는 평균 4~10개, 빌딩에는 2,000~5,000개의 센서가 달려 있다. 센서들이 매달 데이터센터로 5,000만개가 넘는 정보를 보낸다. 티에리 다젤 슈나이더 일렉트릭 빌딩사업부 이사는 "건물·가정·가로등·전기차 등 전력을 소비하는 모든 포인트에 에너지 사용량과 현황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에너지 사용을 조정하면 연간 20% 이상 에너지사용을 줄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시그리드는 에너지 절약과 함께 소통을 통한 소비 분산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피크타임의 에너지 소비를 대폭 줄인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집에서 일어나 차를 타고 사무실에 출근한 후 일을 하고 퇴근한다. 이 과정에서 이시그리드 시스템은 새벽에 남는 전기로 냉각수를 만들어 낮에 냉방하고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한다. 결국 아침·저녁은 집, 낮에는 사무실, 새벽에는 전기차가 전기를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수요를 조절하는 셈이다. 다젤 이사는 "부이그 텔레콤은 건물 사이를 오가는 버스를 전기차로 바꾼 후 비용을 기존의 25%로 대폭 줄였다"며 "건물·가정·가로등·전기차 등 전력을 소비하는 모든 포인트에 에너지 사용량과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에너지 사용을 조정하면 연간 20% 이상 에너지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파리=우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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