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브레인 테크21」 시동(뇌를 알자)

◎생물·의학 인접학문 접목/뇌질환 정복 새지평 연다/“치매·뇌졸중 유발 유전자 찾아내라”/인지·전자공학 등 갈수록 응용활발최근 들어 가장 큰 두려움을 안겨주는 병 가운데 하나가 노인성 치매다. 「인격을 파괴시키는 병」이라는 치매는 노인병의 차원을 넘어 이제 환자를 돌보는 가족과 주변 사람을 포함한 사회문제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망원인 수위를 다투는 「뇌졸중」도 아직 극복할 수 없는 질병이다. 한 의사는 신한국당의 최형우 의원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일을 들며 『최의원이 다른 병으로 쓰러졌다면 그토록 허무하게 정치인생을 마감했겠느냐』며 뇌질환의 무서움을 지적하기도 한다. 뇌질환이 이처럼 사회문제로 부각된 것은 사회가 점점 고령화 사회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과거에는 치매에 걸릴만큼 오래 사는 사람이 드물어 치매가 큰 주목을 받지 않았다. 노인 인구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는 갈수록 뇌질환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90년대 들어 미국의 뇌질환 환자의 수는 약 5천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치료 및 재활 비용만도 3천억달러를 넘어섰다. 인구 비례로만 계산하면 우리나라도 뇌질환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20세기가 암이나 에이즈에 대항해 싸우는 시대라면 21세기는 인류가 치매같은 뇌질환과 싸워야 하는 시대다. 뇌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뇌의 기능을 이해해야 한다. 뇌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선진국이 뇌연구에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혀 뇌에 피가 돌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과거에는 뇌졸중에 걸린 환자가 깨어나기만을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뇌졸중 환자의 뇌세포 손상을 가속화시키는 물질이 글루탐산과 칼슘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뇌졸중 치료에 큰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는 『뇌세포가 글루탐산이나 칼슘을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만드는 약물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며 『이러한 약이 개발되면 뇌졸중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뇌연구가 뇌질환 치료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보기다. 최근에는 뇌질환 치료에 대해 분자생물학적인 접근도 활발하다. 신희섭 포항공대 교수(생명과학)는 최근 뇌에 존재하는 효소인 PLC 유전자가 고장나면 간질에 걸린다는 사실을 밝혀내 간질 치료법에 큰 전기를 마련했다. 이밖에도 인간이 갖고 있는 염색체 중 정신분열증은 5번째 염색체, 우울증은 11번째 염색체, 치매는 21번 염색체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뇌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밝혀지면 뇌질환이 일어날지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예방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고장난 유전자를 고치거나 대신 새로운 유전자를 이식하는 「유전자 치료법」도 앞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뇌질환 치료가 생물학이나 의학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신경과학을 비롯해 인간의 정보처리과정을 연구하는 인지과학, 전자공학 등 인접한 학문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만 인류는 뇌질환을 정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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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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