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4분기엔 상승' 10년전통 무너지나
첨단기술주가 몰려있는 나스닥시장의 장래에 대한 월가 전문가들의 시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나스닥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다보니 업종별로 봐도 성한 종목이 없을 정도다. 지난 8월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던 반도체는 2주전 인텔의 실적 부진 예고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고 있고, 인터넷도 폭락세다. 시스코로 대표되는 네트워크주도 지난주부터 약세로 밀리고 있고 그나마 나스닥 폭락의 와중에도 꿋꿋하게 버티는가 싶던 바이오테크마저 지난주말부터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구경제 블루칩중심인 뉴욕 증권거래소의 다우지수는 1만대지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나스닥지수가 다우지수보다 3배이상 가파르게 올랐던 지난해의 상황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나스닥 왜 떨어지나=올들어 나스닥 하락의 기본적인 원인은 실적부진 우려다. 지난해 6월부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연착륙(소프트랜딩)을 위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을 때 금리인상 및 이로 인한 경기둔화의 영향이 주로 뉴욕증권거래소의 구경제 블루칩에 나타날 것이고, 나스닥시장의 첨단기술주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게 월가의 지배적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올들어 경기둔화의 영향을 나스닥시장의 첨단기술주가 더욱 크게 받을 것이라는 쪽으로 월가 분위기가 바뀌면서 나스닥의 하락폭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나스닥의 장래에 대한 불투명한 시각은 지난 4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닷컴으로 상징되는 인터넷주의 옥석가리기 작업이 시작돼 대부분 닷컴주가 연초대비 절반 이하로 주가가 가라앉으면서 나스닥의 침체로 이어졌다.
이후 첨단기술주의 거품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난 8월에 나스닥시장은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고, 전통적으로 뉴욕 증시가 하락하는 시점인 9월을 거쳐 4·4분기가 시작되는 10월부터는 나스닥을 필두로 월가가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또 지난 10년간 4·4분기에는 뉴욕 증시가 반드시 상승세를 기록했던 전통도 월가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크게 만들었다.
하지만 불과 이틀만에 지난 10년간의 전통이 무너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해있는 실정이다. 캔터 피체럴드의 수석 애널리스트 빌 미핸은 『앞으로 실적 부진을 실토하는 기업이 더 나타날 것』이라며 첨단기술주의 장래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경고했다.
◇낙관적 전망도 적지않아=아직도 나스닥의 상승세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않은 상황이다.
3일에는 골드만 삭스가 나스닥의 전망을 밝게 보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중 하나인 골드만 삭스의 애비 조셉 코언이 앞장서서 『경기둔화가 기업실적의 증가기간을 늘려줄 것』이며 이에 따라 나스닥의 상승세가 보다 오랜기간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의 5%대에서 3~4%대로 낮아지면서 기업의 실적 증가율이 다소 낮아지더라도 더 긴 기간동안 꾸준히 성장할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이다.
골드만 삭스의 애널리스트 로라 코니글리아로는 11월부터 나스닥지수가 본격 상승세를 보여 연간기준으로 최소한 경제성장률 이상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나스닥지수가 연초대비 14%가까이 하락해 있으므로 앞으로 3개월 동안에 적어도 17% 이상 오른다는 얘기다.
골드만 삭스는 첨단기술주 중에서도 데이터 네트워킹,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저장 네트워킹의 전망이 밝다고 추천했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
입력시간 2000/10/0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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