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혼미 수개표공방 가닥 잡히나
21세기 미국의 첫 대권을 가름할 플로리다주 재개표 공방이 다음주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양당은 자신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기 위해 16일에도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각종 소송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 수개표 재개를 둘러싸고 각 카운티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매우 복잡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고어측 입장=수작업 재개표 결과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민주당은 플로리다 대법원의 판결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윌리엄 데일리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번 판결은 수작업 재개표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는 명확한 표시"라며 "플로리다 유권자의 표가 모두 공정하게 집계되기를 원하는 모든 이들의 승리"라고 기뻐했다.
고어측 법률 자문단인 데이비드 보이스 변호사도 "대법원이 앞으로의 수작업 재개표 상황을 선거 결과에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면 수작업 재개표를 계속 진행하라는 판결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판결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부시측 입장=당초의 선거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시측으로서는 이번 판결을 애써 무시하려는 표정이다. 부시측 선거 참관 대변인인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이번 판결에 큰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없다"며 "대법원 판결에는 캐서린 해리스 주 국무장관이 수개표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는 언급은 없다"고 평했다.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딕 체니도 "선거 결과가 신속하게 나오기를 희망한다"며 "결국 부시가 처음의 선거뿐만 아니라 재개표에서와 부재자 투표에서도 모두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고 자신했다.
◇향후 소송절차=각 후보진영별로 수십명 이상의 변호사가 달라붙어 있고 여러 법원에 소송이 제기돼 있어 법정공방은 다갈래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송은 2가지로 플로리다주 리온 카운티 순회법원의 수개표 강행여부에 대한 결정과 애틀랜타 연방항소법원이 부시측이 제기한 항소심을 받아들일지 여부.
리온 카운티 순회법원이 수개표 강행을 결정하면 17일 자정 마감돼 18일중 발표될 예정인 부재자투표 결과는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공산이 크다. 반면 수개표 중단을 명령할 경우 18일에 나오는 부재자투표 결과로 선거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변수는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플로리다 법원을 불신하는 부시후보 진영이 애틀랜타 연방항소법원에 제기한 소송을 연방법원이 받아들이느냐 여부. 이럴 경우 플로리다에서 불거진 개표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법적 소송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고어측은 이에 대해 플로리다법원에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청원을 내둔 상태다.
◇재개표 진행상황=문제가 된 3개 카운티의 재개표가 다음주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재개표 불똥이 다른 카운티로도 번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수개표를 중단했던 일부 카운티가 재개여부를 다시 논의키로 한데다 공화당 텃밭인 일부 카운티도 재개표를 검토할 방침이다.
법원판결에 따라 팜비치 카운티는 16일 오후부터 개표절차를 재개했다. 현재 진행중인 개표속도를 고려하면 마무리까치 최소 5~6일정도가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개표를 강행해온 브로워드 카운티는 20일 오후 5시까지 작업을 마감키로 하고 58만8,000표에 대한 수작업 개표를 진행중이다. 초반 2만표를 수개표한 결과 고어후보가 8표를 추가, 고어측은 산술적으로 200표 이상을 더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4일 수개표를 거부했던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는 17일중 선관위 회의를 다시 열어 수개표 수용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공화당측은 상황이 불리해질 경우 2,000여표의 무효표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치열하게 대립했던 개즈덴 카운티의 수개표를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재개표 파장이 상당수 카운티로 확산될 전망이다.
김호정 기자
최원정 기자
입력시간 2000/11/1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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