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채권단, 현대그룹 내치기 수순…'예비협상' 현대차 카드 꺼낼까


현대건설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 운영위원회는 17일 외환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협의회 전체 회의에 ▦현대그룹과의 주식계약체결의 건 ▦양해각서(MOU)해지의 건 ▦이행보증금 처리협상 등 결의후속조치 위임의 건 ▦예비협상대상자의 우선협상자 선정 등 후속상황에 대한 건 등 4가지 안건을 상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의 김효상 본부장은 “현대그룹이 제출한 자료에 대한 법률 검토 결과 협의회와 시장의 의혹을 해소하기에 부족했고 MOU에 정한 확약을 성실히 이행했다고 보기 미흡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주주협의회의 법률자문을 담당했던 정규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현대그룹이 제출한 대출확인서에는 수신인이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으로 되어 있었고 제3자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지는 문서가 아니라고 명시돼 있어 법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내용상으로도 대출계약서를 갈음할 만한 수준이 담겨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협의회에 상정된 안건 중 주식계약체결의 건은 의결권 기준으로 80% 이상이, 다른 안건들은 75%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결국 20% 이상의 의결권을 가진 외환은행,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중 한 곳만 반대해도 주식계약체결은 부결된다. 또 3개사 중 한 곳을 포함해 25% 이상의 주주들이 반대해야만 MOU해지가 부결된다. 주주협의회 소속 8개 금융기관은 오는 22일까지 각 사의 입장을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에 통보해야 하며 의결 비율에 따라 전체 입장이 결정된다. 이동춘 정책금융공사 이사는 “주주들이 각 안건에 대한 판단을 해서 결정할 일”이라며 “현재 공사의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상정된 안건은 현대그룹의 인수자격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3사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조율해 상정한 것이기 때문에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주주협의회는 현대그룹과의 주식계약체결이 부결되면 조만간 주주협의회를 조만간 다시 소집해 현대차그룹에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하는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부여 여부는 이번 안건 결과에 따라 주주협의회를 다시 열어 결정할 것”이라며 “주주협의회 75% 이상이 찬성하면 현대차그룹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할 수 있으며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현대그룹이 이미 지급한 이행보증금 2,755억원의 반환 여부를 포함한 후속조치 사항들에 대한 협상 권한을 운영위원회에 위임하게 되면 가급적 원만한 합의를 할 방침이다. 김 본부장은 “MOU해지가 가결되면 원칙적으로는 이행보증금을 몰취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이행보증금에 대한 처리는 현대그룹과의 원만한 타결을 시도한다는 차원에서 운영위원회에서 별도로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이 법원에 낸 MOU해지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서는 법적 절차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변호사는 “법원의 판단에 달려있기 때문에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법원이 MOU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은 (MOU해지)이전과 이후의 효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법률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의 부실 의혹에 대해서는 강력 부인했다. 김 본부장은 “나티시스은행 계좌에 있는 1조2,000억원에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인출제한이 없고 진위만 맞으면 문제가 없다고 보는 게 M&A 심사평가의 관례”라며 “MOU를 체결한 후에 소명을 받으면 된다고 판단했고, 소명을 요청했지만 충분치 않아 이 같은 안건을 상정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주협의회 소속으로 1.47%의 의결권을 가진 현대증권은 이날 현대그룹과의 본계약 체결에는 찬성하고, MOU해지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외환은행이 대리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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