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영일 전사무총장이 구속되자 당 지도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사무총장과 선대본부장을 맡아 대선자금의 흐름을 훤히 파악하고 있는 김 전총장의 구속은 당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출구 조사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검찰의 출구조사 과정에서 의원 개개인의 축재를 위한 횡령이나 배달 사고 등이 밝혀질 경우 한나라당으로서는 `차떼기 사건` 이상의 치명타를 입을 것이란 게 지도부의 인식이다.
당내 공천과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의원들의 횡령 사실이 드러나면 파렴치한 집단으로 각인될 뿐 아니라 총선 후보들도 검찰 조사를 받을 수 밖에 없어 사실상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없다는 것이다.
최병렬 대표가 최근 “김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방탄국회라도 열고 싶다”, “출구조사가 이뤄지면 선거 결과는 불 보듯 뻔하지 않느냐”고 토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내는 이미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대선 당시 이회창 전 총재의 핵심 측근이었던 부산 지역의 K의원과 또 다른 K 의원이 불법대선자금 중 거액을 횡령한 사실이 검찰의 레이더에 포착됐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상당수의 원내ㆍ외 지구당 위원장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당시 227개 지구당에 1억원 안팎의 현금이 지원됐는데, 과거 대선의 선례로 볼 때 일부 위원장이 상당액을 유용 또는 착복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또 뭉칫돈이 투입됐을 것으로 보이는 직능특위도 이 전 총재의 실세 측근들이 포진해 있었다는 검찰의 사정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내 일부 인사가 “김 전총장을 17대 총선에서 다시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검찰에서 당을 위해 함구해달라”는, 김 전총장을 향한 메시지로 읽힌다. 최 대표도 10일 “김 전 총장이 개인비리에 연루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공천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실제 김 의원은 지난 주 “모든 것을 함구할 수만은 없다”는 뜻을 당 지도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장파들은 비리 연루자 공천배제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최기수 기자 mount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