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1등주의의 허실

박민영 기자 <문화레저부>

‘LPGA 한국군단’이 부진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군단은 급기야 16일 끝난 칙필A채리티챔피언십에서 공동7위 김주연 단 1명만 ‘톱10’에 입상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주포’격인 박세리ㆍ박지은ㆍ김미현은 각각 66위ㆍ54위ㆍ70위로 최하위권에 떨어져 이날 LPGA투어 통산 60승(시즌 4승)을 달성한 아니카 소렌스탐과 더욱 대비됐다. 올해 미국 LPGA투어를 누비는 한국인 또는 한국계 전경기 출전권자는 26명으로 사상 최다 인원이다. 하지만 9개 대회를 치러 시즌의 3분의1 가량을 소화한 현재 우승은커녕 예전처럼 ‘톱10’ 입상도 쉽게 기대하기 힘든 모습이다. 문제는 당장의 성적보다도 ‘집단 무기력증’의 돌파구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더격 선수들의 개척자 정신은 한국선수 급증으로 실종됐고 ‘유행 따라’ 진출한 신예들에게서는 투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혹자는 목표달성에 따른 허탈감에서, 결혼 적령기라는 점에서, 또는 ‘헝그리 정신’의 부재 등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만일 사실이 그렇다면 소렌스탐의 경우는 설명이 되질 않는다. 그는 이룰 것은 다 이뤘으며 ‘무적’으로 평가받는다. 올 초에는 8년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하기도 했다. 이번 칙필A채리티챔피언십 기간 미국 조지아주의 지역 일간지에 실린 기사에서 해답을 찾아볼 수 있을까. 한국의 골프열기를 소개한 이 신문은 미국인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 관객의 말을 인용해 “미국인은 재미로 골프를 치지만 한국인들은 항상 연습을 하는 진짜 진지한 골퍼들”이라고 전했다. 이 여성은 특히 “한국인들은 자녀가 무엇이든 열심히 하라고 밀어붙인다”면서 “한국인 자녀들은 1등이 돼야 하며 반드시 훌륭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요된 ‘1등 주의’ 속이라면 1등을 해본 선수는 더 이상 목표가 사라지고 만다. 1등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선수는 그 순간부터 의욕을 가질 수가 없다. 반면 자신, 더 나아가 게임과 코스와의 싸움을 즐기며 자라온 선수는 성적 그 이상의 희열이 있어 쉽게 지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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