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황소처럼 걸어가다

제4보(38~58)



이창호는 계속해서 패망선이라는 2선을 기었다. 무려 일곱 번. 앞에서도 말했거니와 이런 식의 행마는 대마를 잡는다는 기약이 있을 때에만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천하의 이창호가 대마를 잡는 것도 아니면서 이런 금기의 행마를 태연히 한 것이다. 검토실에서는 모두들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않아도 이창호가 공연한 객기를 부려가지고 대세를 그르쳤다고 여기는 눈치였다. 대국당사자인 강동윤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니 강동윤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한껏 즐거움에 도취된 강동윤에게서 엉뚱한 망발이 나오게 되는데 그것은 다음 보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흑43의 시점에서 강동윤은 손을 돌려 백44로 요석을 살렸다. 현명한 처사였다. 계속해서 손을 돌려 너무도 탐나는 자리인 백48을 점령. 하변의 백진이 훤해졌다. 계속해서 백52가 놓이자 하변 백진은 문자 그대로 이상형이 되었다. 흑51로 참고도1의 흑1에 받으면 우변 흑진도 상당히 입체적으로 부풀기는 하겠지만 백2 이하 6으로 상변을 틀어막히면 흑이 견디기 어려운 바둑이다. "흑이 뭔가를 엮어내지 않으면 덤을 내기 어렵겠지요."(이현욱) 검토실에서는 모두들 흑의 입장이 되어 뭔가를 엮어내는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것이 참고도2의 흑1 이하 7이었다. 그러나 이창호는 태연히 그리고 천천히 한가한 황소처럼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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