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4일 대선후보 선거인단 구성과 관련, 당 혁신위 원안을 채택하고 오는 17일 당원대표자대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이명박 서울시장ㆍ손학규 경기지사의 지원을 업은 당내 비주류가 박근혜 대표ㆍ김무성 사무총장 등 ‘당권파’를 압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지난 9일 수정 통과돼 논란을 빚었던 당헌 개정안을 혁신위 원안대로 재수정했다. 이에 따라 최대 80%까지 당 조직이 경선을 장악할 수 있었던 수정안은 깨지고 당과 국민이 50%씩 참여하는 혁신위의 경선 원안이 사실상 확정됐다.
당초 박형준 의원 등 일부는 “혁신위 원안을 수정하면서 당이 폐쇄적 정당으로 가고 있다”는 자료를 배포하는 등 회의장엔 한때 전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30명 가까운 발언 신청 의원 가운데 13명의 발언 끝에 박 대표는 “의원 여러분들이 대부분 혁신위 원안대로 가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느꼈다”며 표결 없이 혁신위 원안을 채택했다. 김 총장도 “(수정안은) 책임당원의 대량 탈당을 막으려는 의도였을 뿐”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분란은 봉합됐지만 당권을 쥐고 있는 박 대표 뿐 아니라 이 시장과 손 지사도 당내 상황에서 언제든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 주목된다. 혁신위 원안 채택을 주도한 원희룡 최고위원은 13일과 14일 손 지사와 이 시장을 잇따라 만나 ‘당권파’의 수정안이 공정 경선을 해칠 수 있다는 부분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고, 따라서 박 대표측도 굳이 수정안을 고집하면서 다른 후보군의 집중 견제를 받거나 비판의 빌미를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원 위원은 의총 후 “워낙 급박한 상황이라 두 사람을 만났다. 절충안 등으로 지도부가 ‘저항’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순조롭게 채택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의원들은 김 총장 등을 겨냥, ‘인적 쇄신’을 요구하고 나서 당분간 ‘당권파’에 대한 당내 압박이 재연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박 대표가 당내 분란이 예상되는 사안을 대승적으로 처리함으로써 ‘큰 정치’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파문이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