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에 힘입어 원화가 절상을 지속할 경우 주가는 어떻게 될까. 우리 기업들이 수출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기 때문에 원화가 약세일 때 기업이익이 증가하고 주가도 상승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지난 80년대 중반이후 주가 동향을 보면 주가는 원화가 강세일 때 오르고, 약세일 때 떨어지는 정반대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 같은 차이는 경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아져 원화가 절상될 경우 비록 수출로 얻을 수 있는 기업이익이 다소 감소한다 해도 경기 호전에 따른 부분이 이를 상쇄했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최근 원화 강세는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지난해 12월 이후 원화 절상이 우리 경제의 회복보다 달러화 약세에 의해 초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로 종합주가지수와 함께 업종별 주가도 재편될 것이다.
환율이 변할 때 이 변동분 만큼 수출 단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업은 원화 변동에 따른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수출 단가가 변해도 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예를 들어 섬유의 경우 환율이 하락한 것을 보전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면 소비의 상당부분이 중국 상품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환율 변화에 따라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반도체같이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수출을 하는 기업의 경우 수출 가격을 올리더라도 수요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환율 변화에 따른 기업 수익성을 측정할 때 엔화 환율도 같이 생각해야 하는데 이는 우리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상당수가 일본 제품과 경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원화환율과 엔화환율이 같이 움직일 때 업종별 동향을 보면 가전제품ㆍ철강ㆍ의류ㆍ자동차에 영향을 크게 미쳤고, 기계와 정보통신기기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정보통신기기가 환율 변화에 둔감했던 것은 우리나라 정보통신기기 산업이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어 다른 나라 상품과 차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통신기기는 원화환율이 상승할 경우 수출단가를 낮추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반대의 경우 수출단가를 높여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의류는 중국 같은 개발도상국과 가격경쟁을 하고 있어 원화환율이 낮아져도 수출단가를 올릴 수 없기 때문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원ㆍ달러 환율이 다행히 1,170원에서 방어선을 구축했지만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달러화가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한달 사이에 엔ㆍ달러 환율이 5엔 이나 하락하고, 세계 금융기관들의 달러화 매도포지션이 3년내 최대를 기록하는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은 `너무 과해 일시적인 소강 상태가 나타난 정도`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소강 상태가 달러의 장기적인 강세를 담보하지는 못한다는데 있다. 미국의 재정과 무역적자가 GDP(국내총생산)의 7%대로 지난 85년 플라자협정 때와 맞먹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달러화 가치하락을 막기위한 선진 5개국의 이 협정으로 엔ㆍ달러 환율이 220엔에서 140엔까지 내려간 것을 생각하면 현재 상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종우 미래에셋운용 전략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