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단잠을 마다한 국내 축구 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기성용(24)의 자리가 ‘전공’인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중앙 수비수(센터백)였기 때문. 주전 수비수 치코 플로레스의 부상 공백에 고심하던 미카엘 라우드럽 스완지 감독은 센터백 전문인 개리 몽크를 대기 명단에 두고 미드필더 기성용을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시켰다.
기성용은 지난해 9월 에버턴과의 리그 경기에서 후반 12분부터 중앙 수비수로 뛴 적이 있다. 크롤리 타운(3부리그)과의 리그컵 32강에서도 수비수로 풀타임을 뛰었다. 하지만 에버턴전의 경우 네이선 다이어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몰린 ‘특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다름아닌 결승에서 기성용을 ‘모험’의 중심에 세운 것은 라우드럽 감독의 기성용에 대한 ‘무한 신뢰’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성용은 4대0으로 앞선 후반 17분 몽크로 교체되기까지 62분간 적극적인 수비로 무실점에 기여했고 공격의 시발점 구실도 해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기성용이 센터백으로 뛰자 브래드퍼드는 스완지의 꽁무니만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Michael Laudrup's Ki decision left Bradford chasing Swansea shadows)”며 기성용을 5대0 대승의 주역으로 꼽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진출 첫 시즌에 우승컵에 입을 맞춘 기성용은 트위터를 통해 “낯선 자리였지만 새로운 경험은 너무 값지다”는 소감을 전했다. 스완지의 메이저 대회 우승은 1912년 창단 후 101년 만에 처음. 2013-14시즌 유로파리그 출전권도 자동 획득했다. 한국인의 잉글랜드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의 박지성에 이어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