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머니포커스] 상장사 사업목적 변경 옥석 가려라

12월 결산법인의 정기주총을 앞두고 정관상 사업목적의 변경및 추가가 줄을 잇고 있다.실제로 지난 2월중 무려 125개의 상장기업이 이번 정기주총에서 정관상 사업목적을 변경·추가한다고 공시했다. 특히 사업목적의 변경 및 추가에는 인터넷, 전자상거래, 생명공학 등 이른바 신산업기술이 대거 포함돼 있다. 기업은 정관을 통해 그 업체가 하고자 하는 사업의 범위를 미리 정하고 주주에게 승인을 받는 절차를 거친다. 최근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업목적의 변경·추가를 공시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결국 신(新)경제로의 방향전환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벤처로의 엑소더스 배경= 최근 굴뚝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앞다투어 IT(정보기술)나 바이오산업 등 신기술산업으로 전환 또는 접목을 시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차적으로는 경쟁력 제고가 목적일 수 있다. 최근 세계경제는 인터넷, 전자상거래, 생명공학 등 신기술산업이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한다는 것은 곧 기업 생존을 위한 충분조건이자 필수조건인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행보의 이면에는 구(舊)경제와 신(新)경제, OFF-LINE과 ON-LINE의 차별화에 의한 상대적 피해로부터 벗어나자는 의도도 깔려있다. 최근 미국증시에서 다우지수는 한때 10,000포인트가 붕괴되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반면 나스닥지수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해 가고 있다. 국내 증시 역시 거래소시장보다는 벤처기업들이 대거 포진한 코스닥시장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텍」,「델레컴」,「시스템」등의 명칭이 붙은 종목은 내재가치나 실적을 막론하고 상승하는 등 묻지마 투자로 인해 유사한 기업도 어느 시장에 소속돼 있느냐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데 있다. 특히 어업·광업·음식료·섬유의복·종이·화학·고무 등 전통적인 내수업종의 경우는 기업잉여금이 시가총액의 몇배에 이를 정도로 우량해도 소외당하기 일쑤다. 정부는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차별화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증시의 균형발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반응은 예상만큼 크지 않은 상태다. 이같은 점을 전제하면 최근 내수업종에 속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인터넷 등 신기술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스스로를 돕겠다는 차원으로 이해될 수 있다. ◇어느 기업이 어떤 사업에 참여하나= 지난 2월중 사업목적의 변경·추가를 공시한 125개 기업을 보면 전자상거래, 인터넷, 생명공학, 환경관련 분야의 사업목적을 추가한 기업이 전체의 75.2%에 해당하는 94개에 이르고 있다. ★표 참조 이를 분야별로 보면 인터넷 관련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키로 한 기업은 전체 의 35.9%인 45개에 달했고, 전자상거래 관련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기업도 전체의 29.6%인 37개에 달했다. 특히 인터넷사업과 전자상거래 분야에 동시에 진출하겠다는 기업도 33개나 됐다. 신기술분야로 진출하지 않으면 낙오한다는 최근의 사회적인 분위기를 십분 반영한 셈이다. 사업목적을 변경하거나 추가한 기업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페인트를 전문 생산하는 대한페인트잉크는 정관에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업을 추가키로 했다. 또 지역냉난방 및 열병합발전사업을 영위하는 대성산업은 부가통신업과 전자상거래 및 인터넷 관련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할 계획이다. 이밖에 호텔신라와 식품업체인 기린 역시 인터넷 사업을 정관에 추가키로 했다. ◇옥석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근 상장기업들의 사업목적 변경·추가에 대해 증권업계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 구경제와 신경제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결합이 본격화되면 경제에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증권전문가들은 다른 각도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즉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가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불만을 희석시키기 위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업목적 변경만 공시한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 사업목적 변경을 공시한 모(某) 기업의 관계자는『사업목적 변경사항만 결정되었을 뿐 구체적인 사업내용, 인력구성 등은 추후에 결정하기로 했다』고 언급, 사업목적 변경 및 추가가 구체화되기 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시사했다. 또한 인터넷 서비스업체의 한 관계자는『기존 기업들이 뒤늦게 IT분야에 진출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수인력과 기술력을 조기에 확보하고, 조직구조를 신사업에 맞게 개편하는 등 속도전에 적응해야 한다』면서『과연 이같이 발빠른 대응을 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증시전문가들은 일반투자자들이 공시내용만 믿고 무작정 투자하기 보다는 공시사항이나 각 증권사의 분석자료를 통해 관심기업의 신사업 진행과정을 면밀히 검토, 투자하는 등 옥석(玉石)을 가려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정구영기자 GYCHUNG@ 조영훈기자DUBBCHO@SED.CO.KR

관련기사



정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