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로비­청탁시점 다르면 처벌힘들어/돈받은 정치인 어떻게 될까

◎재경­통산위의원은 수뢰·알선수재죄 성립/대상만 수십명… 검찰 선별 사법처리할듯정태수씨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정씨가 평소 유대관계를 갖고 돈을 건넨 정치인들의 이름을 하나둘씩 풀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를 놓고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과 정씨의 「협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어차피 막판까지 몰린 정씨로서는 어느 정도의 대가를 챙기는 대신 검찰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정씨가 요구하는 「대가」는 정보근회장 등 일가를 사법처리하지 않는 것과 재기의 발판이 될만한 재산을 보장받는 것으로 요약된다. 검찰은 일단 정씨의 입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수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주요 뇌물사건에서 입증됐듯 피의자와의 협상은 가장 효과적인 수사 기법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씨가 거명한 인사들이 모두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금품이 오간 시기와 대가성 여부에 달려 있다. 정씨가 정치인에게 돈을 준 때와 대출 청탁 시점이 큰 차이를 보이면 형사 처벌은 어렵다. 검찰이 막상 정씨의 진술을 얻어내고도 고민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정씨의 로비 유형을 보면 더욱 그렇다. 정씨는 아무런 대가없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방위적으로 금품을 살포하는 독특한 로비 스타일을 지녔다. 특히 선거철이나 명절 때는 아무런 청탁없이 거액을 덜컥 건네줘 미리 「기름칠」을 해둔 뒤 적당한 시기에 사정을 털어놓기 때문에 로비와 청탁 시점 사이에 공백이 생긴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개인이 특정 정치인에게 호의적으로 금품을 주는 것은 처벌할 수 없게 돼 있다. 『평소 존경해 왔습니다. 정치하는 데 마음놓고 쓰십시요』라며 돈을 줬다면 이를 받아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로비와 청탁 시점이 상당한 시간차가 난다면 대가성있는 청탁관계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형사처벌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대출시점을 전후해 돈을 받았거나 재경위·통산위 등 관련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금품을 받았다면 수뢰죄나 알선수재죄로 처벌할 수 있다. 결국 정치인들에 대한 사법처리의 폭과 강도는 전적으로 검찰의 손에 달려 있다. 어차피 정씨에게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수십명의 정치인들을 모두 형사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대상자 선별은 검찰의 권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 정치권에 대한 검찰 수사가 야권으로부터 형평성 시비에 휘말린 것도 이 때문이다. 즉 피의자가 거명한 사람 가운데 일부를 선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의도」가 작용한 예가 많았다는 지적이 있어 온 것이다. 아무튼 정씨의 입에 오르내린 정치인들은 사법처리 여부와 관계없이 치명타를 입게 돼 설연휴가 지나 정치인 수사가 본격화되면 정치권에는 한바탕 회오리가 몰아칠 전망이다.<성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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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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