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속적인 부품ㆍ소재산업 육성정책에도 불구하고 상승 기조를 유지하던 한국의 10대 산업 국산화율이 최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고 일부 산업은 8년 사이 16%포인트가량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산화율은 정부 정책 등에 힘입어 지난 1995년 이후 꾸준히 상승했으나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2003년 들어 하강곡선으로 반전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정보통신 산업의 국산화율이 10%포인트만 높아져도 성장률은 1.1% 상승하고 일자리도 21만개나 늘어난다. 때문에 국산화율이 다시 떨어지면 고용창출 부진과 수출ㆍ내수의 단절을 더욱 심화시켜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추락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13일 산업연구원ㆍ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2003년 산업연관표를 토대로 10대 산업을 분석한 결과 8개 산업에서 국산화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평균 국산화율은 1995년 74%, 2000년 74.9% 등으로 상승하다 2003년에는 73.9%로 주저앉았다. 산업연관표는 한 나라의 총투입과 산출을 집대성한 것이다. 이는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주요 통계로 2003년이 가장 최근의 자료다. 산업별로 보면 통신기기 산업의 경우 국산화율이 1995년 64.4%에서 2000년 46.8%로 줄더니 2003년에도 48.4%에 불과했다. 8년 사이 무려 16%포인트가량 하락한 수치다. 다른 산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주력 수출품 중 하나인 자동차 산업 국산화율의 경우 1995년 85.4%에서 2000년 89.1%로 상승했으나 2003년에는 다시 88.6%로 내려앉았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조선산업도 1995년 69.5%에서 2000년 74.6%로 급상승 추세를 보인 뒤 2003년 69.7%로 3년 새 4.9%포인트 추락하며 1995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디지털 가전, 정밀화학, 섬유ㆍ의류 등의 다른 산업 분야도 2000년 국산화율이 1995년에 비해 일제히 상승했으나 2003년에는 1%포인트가량 동반 추락했다. 10대 주력산업 중 일반기계와 철강산업 등 2개 분야만 1995년 이후 국산화율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을 뿐이다. 이경숙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국산보다 싼 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국산화율 하락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전세계 시장을 상대로 경쟁할 수 있는 부품소재 중견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