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9월 12일] 러시아 경제 위기는 푸틴 책임

지난 1992년 미국 민주당 선거 참모인 제임스 카빌은 경제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그는 “만약 내가 부활할 수 있다면 나는 채권시장으로 가고 싶다. 그곳에서는 모든 사람들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되새겨야 하는 인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다. 최근 러시아 시장이 경제 위기와 정치적 리스크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해외 투자자금의 유출, 러시아 은행의 신용 부족, 외국인 투자가뿐만 아니라 내국인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불안 심리 등이 러시아 시장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러시아 경제 위기가 그루지야 사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경제 위기는 바로 푸틴 총리의 무절제한 발언에서 비롯됐다. 푸틴 총리는 올 7월 탈세를 목적으로 가격담합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 철강업체 메첼의 이고르 쥬진 최고경영자(CEO)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 일로 러시아 증시에서 7월 말까지 60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러시아가 법이 아닌 권력에 의해 통치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번진 탓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투자자는 러시아를 단지 유가와 천연가스 상승으로 수혜를 보는 국가, 글로벌 신용위기에서 벗어나 있는 국가 등으로만 생각했다. 그들은 권력 이양으로부터 오는 정치적 불안정이라는 리스크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러시아 경제의 현실은 그리 탄탄하지 못했다. 금융 시스템은 비효율적이며 내수시장도 해외 유동성이 메마르자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 정부도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 한 마디로 러시아 경제는 에너지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이제 러시아의 실세로서 푸틴 총리는 경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는 기업인들을 체첸의 테러리스트인양 다뤄왔고 일반인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물가불안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푸틴 총리는 최근 경제 위기를 맞아 중앙은행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을 뿐이다. 그루지야에 군사력을 투입한 것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와의 갈등은 러시아의 글로벌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해외 투자가들은 예전보다 훨씬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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