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임용 회장 타계… 태광호 진로는

◎이기화 사장 과도체제 거쳐 장남 이식진 대권승계 유력/제조­장남,금융­3남 「한지붕 두가족」 가능성도이임용 회장 이후의 태광은 어디로 갈 것인가. 국내 재벌그룹 가운데 내실경영의 대명사로 통하는 이 그룹의 경영구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 이회장은 태광을 창업하고, 타계할 때 까지 경영전반을 총괄해왔기 때문에 그의 타계는 이 그룹의 경영전반에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태광은 주력기업인 태광산업을 비롯 대한화섬, 흥국생명, 유덕물산, 태경물산 등 8개 계열사에 종업원은 3만5천명이다. 지난해 그룹매출액은 3조2천7백억원, 올 목표는 3조8천억원의 재벌랭킹 30위권의 그룹이다. 주력사인 태광산업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사내유보율이 9천8백%에 이를 정도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자랑하고 있다. 현재 이회장의 친인척 가운데 경영에 참가하고 있는 사람은 장남인 이식진 태광산업전무(48)와 3남 이호진 흥국생명상무(40)가 있다.처남인 이기화씨(62)가 주력사인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사장은 이기택 민주당총재와 형제사이다. 태광측은 『그룹 경영구도에 관한한 아직 정해진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재계에서는 2세승계를 원칙으로 하는 우리기업들의 풍토를 감안할 때 장남이 대권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는게 일반적인 전망. 그렇지만 그 시기에 있어서는 이기화 사장의 과도체제를 거친뒤 승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대 화공과를 졸업한 이사장은 매부인 고 이회장의 권유로 59년 태광산업 상무로 입사, 치밀한 기획력과 추진력으로 태광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 81년 이회장이 그룹회장에 취임하면서 태광산업 사장자리를 이기화씨에게 넘겨준 것은 그에 대한 이회장의 신뢰를 잘 보여준다. 따라서 태광과 재계관계자들은 이사장이 어떤 형태로든 그룹이 안정국면에 이를 때 까지 상당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분석은 특히 그룹 창업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고 이회장의 부인인 이선애씨(이기화 사장의 누님)의 그룹내 역할이 큰데다 이사장과 아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데서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는 분석이다. 장남인 이전무는 고려대상대를 졸업한 후 바로 태광에 입사, 경영수업을 받으며 회사업무를 두루 익혔는데 경영능력의 시험대였던 대우파일이 정리되기도 했다. 막내인 이상무는 서울대 상대, 뉴욕대 박사과정을 거쳐 흥국생명 상무로 있는데 그룹내에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어 ▲제조 장남 ▲금융 차남의 「한지붕 두가족」 체제의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용택> ◎이임용 회장은 누구인가/54년 태광산업 창업… 섬유산업에 일생/돌다리·구두쇠경영으로 내실성장 이뤄 76세를 일기로 별세한 고 이임용 태광그룹 회장은 일생을 섬유산업에 몸바친 한국의 대표적인 섬유인. 지난 21년 경북 영일에서 태어난 이회장은 장인의 도움으로 일본 나고야 쓰쓰이(통정)실업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한 뒤 54년 태광산업을 창업, 당시로서는 획기적제품인 아크릴 섬유를 생산하면서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특히 그는 태광을 뒤퐁에 이어 세계 제2위의 스판덱스 제조회사로 육성했다. 남이 성공한 뒤에 뛰어드는 독특한 「돌다리경영」을 기조로 유지했다. 따라서 외형보다 내실과 안정성장, 기술개발, 그리고 직원들간의 화합과 협력을 강조하는 경영을 펼쳤다. 그는 한때 전경련 이사로 경제단체에 참여한 것을 제외하고는 외부활동을 극도로 자제, 보수적경영자로 통했다. 이회장은 다른 창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생을 검소하게 살았고 경영에서도 이를 철저하게 실천했다. 「구두쇠경영」은 고인의 경영론에서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는 공장이나 사무실을 돌다 쓸데없는 곳에 불이 켜져 있으면 『돈이 탄다』고 말했고 수돗물이 새면 『돈이 샌다』며 이를 질책했다. 최근까지 70년대식 다이얼 전화기가 그의 집무실에 자리했을 정도다. 태광은 입사는 쉬우나 승진이 가장 어려운 그룹으로 통한다. 「40대계장, 50대 과장」이 흔하다. 급여도 낮은 편이다. 그런데도 태광의 오늘이 가능한 것은 이회장 특유의 탄탄한 재무구조에다 특유의 용병술인 「임직원감동경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그룹내 주요 포스트에는 철저하게 공채출신을 배치, 임직원들에게 비전을 심어주는 경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는데 세화여중고의 학교법인인 일주학원을 세우기도 했다.<박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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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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