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신용불량자 폐지와 금융기관의 책임

여야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공동 발의함에 따라 신용불량자 제도가 내년에 폐지될 전망이다. 신불자제도 폐지는 연체자가 받는 과다한 불이익을 다소나마 덜어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30만원 이상 3개월 연체자는 신용불량자로 등재돼 이 정보가 은행연합회의 공동관리를 통해 모든 은행들에 적용되는 현행 신불자 제도는 연체자의 회생기회를 사실상 봉쇄, 오히려 신불자를 양산하고 그 결과 소비침체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온 면이 있다. 한 곳에만 연체해도 일체의 금융거래가 중단되다 보니 채무자 입장에서는 운신할 여지가 줄고 그 결과 악성 연체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미취업 등 실업상태의 연체자에게는 치명적이다. 빚을 갚으려면 소득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자리를 갖는 게 무엇보다 필요한데 일단 신불자로 낙인 찍히면 취업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불자제도가 폐지되면 연체기준이나 제재 등을 각 금융기관이 개별적으로 산정ㆍ관리하기 때문에 신불자들도 다른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있게 되며 취업면에서의 불이익도 덜게 된다. 물론 금융기관들이 기존 연체 기록들을 계속 보유 관리하고 앞으로 연체기준을 더 엄격하게 할 가능성도 있지만 개인의 상환능력이나 사정을 무시한 획일적 기준 적용으로 인한 신불자 양산을 막는 효과가 있으므로 기대된다. 그러나 제도폐지가 불러올 수도 있는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각 금융기관의 관리로 전환된다고 해서 정부가 신용불량자문제에 전혀 신경을 쓰지않아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신용불량 문제가 고비를 넘겼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경제에 큰 짐이 되고 있는 실정이며 경기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어 이 문제가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드뱅크 등 각종 대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데서 알 수 있듯 신불자 구제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연체자 증감 추세 등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상황에 맞는 대책마련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연체자들이 은행의 신용관리의 허점을 이용해 이곳 저곳에서 대출 받거나 신용카드식 과다한 ‘돌려 막기’ 가능성 등 도덕적 해이를 막는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금융기관들이 개인의 신용도를 보다 정확하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신용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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