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경제, 아는 만큼 보인다] <3> 금융시장의 위험-탐욕(greed)과 공포(panic)

변동성·위험 순식간에 전파… 어느 시장이든 안전지대 없어

최근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많은 투자자와 금융기관들은 금융시장의 위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 글로벌화된 금융시장에서는 지구 반대편에서 발생한 위험일지라도 우리 시장이 안전지대일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 것이다.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과 자금이 필요한 사람을 효율적으로 연결해주는 금융시장은 다른 어떤 시장보다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 가장 확실한 자산이라고 여겨지는 현금조차도 물가상승에 따라 구매력 변동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고 더욱이 주식은 시시각각으로 가격이 변화한다. 금융시장 위험의 예로는 가격변화에 따른 시장위험, 보유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에 따른 유동성 위험, 거래 상대방의 계약 불이행에 따른 신용위험, 내부시스템 운영 실패에 따른 운영위험 등을 들 수 있다. 한동안 사람들은 정보통신의 발달에 따라 과거보다 금융시장의 위험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됐으며 금융혁신에 힘입어 위험을 효율적으로 이전 또는 분산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정보통신의 발달로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위험이 순식간에 전파될 수 있으며 금융시장의 위험 완화를 위해 고안된 구조화상품이 위험을 분산할 수는 있으나 경제 전체의 위험총량을 줄일 수는 없으므로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위험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모든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던 위험을 복잡한 증권화 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이전했기 때문에 자기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될 위험의 크기를 정확히 알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또 대출이 증권화되는 과정에서 금융감독을 받는 소수의 은행으로부터 금융감독을 받지 않는 다수의 투자자들로 위험이 이전되기 때문에 다수의 투자자들이 심리변화에 민감하게 쏠림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단순히 모기지 대출의 부실문제에 그치지 않고 다른 시장으로 확산된 것은 모기지대출이 증권화돼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분산돼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주택대출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인 것은 위험을 사전에 체크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선제적인 감독강화조치가 이뤄져 있었던 것과 더불어 증권화 정도가 낮았던 것에 기인한다. 새로운 금융시장의 위험 증가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금융시장에 있어 위험은 기회와 동의어다. 위험을 회피하기만 한다면 고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투자자, 기업과 금융기관이 보여준 위험에 대한 소극적 태도는 우리 금융시장의 불균형과 기업가 정신의 위축을 가져왔다. 이제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적절히 위험을 관리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위험을 기회로 활용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위험정보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과 금융기관도 위험관리시스템을 좀더 효율화해야 한다. 또 우리 금융시장이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과 다양한 위험-수익의 조합을 제공하는 새로운 금융상품의 출현을 통해 혁신기업 등에 자금을 활발히 공급함으로써 경제의 도약을 선도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선진화된 금융시장이라도 불안정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탐욕(greed)’과 ’공포(panic)’ 사이를 순간적으로 오가는 참가자들의 심리변화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극복해야 할 대상은 위험 자체가 아니라 위험을 바라보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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