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62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주식소유 현황'을 보면 올해 4월 초 기준으로 계열사 간 순환출자(지분율 1% 이상)가 형성된 집단은 14개로 지난해 보다 1개 늘었다. 한솔그룹이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탓이다.
한솔을 제외한 13곳 가운데 전년보다 순환출자구조가 강화된 곳은 롯데ㆍ현대ㆍ현대백화점ㆍ동양ㆍ현대산업개발 등 다섯 곳이었다. 롯데는 롯데쇼핑의 롯데알미늄 지분이 6.0%에서 12.1%로 늘었고 현대는 현대상선의 현대글로벌 지분이 19.7%에서 24.8%로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은 현대에이앤아이의 현대백화점 지분이 4.1%에서 4.3%로 현대산업개발은 아이콘트롤스의 현대산업개발 지분이 2.3%에서 3.4%로 각각 늘었다. 동양의 경우 대부업체인 티와이머니를 매개로 한 신규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됐다.
반면 순환출자 고리가 약화된 곳은 세 곳에 불과했다. 한진은 한진관광을 매개로 한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됐고 현대자동차와 동부는 계열사 간 지분이 일부 감소해 순환출자가 느슨해졌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해이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5년간 신규로 형성된 순환출자는 총 9개 대기업집단에서 69개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재 순환출자를 형성한 14개 집단 124개의 55.6%에 해당하는 것이다. 순환출자의 절반 이상이 지난 5년간 집중적으로 형성된 셈이다.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금융보험사를 동원하는 행태도 여전했다. 대기업집단 보험사의 계열사 출자금은 총 4조9,423억원으로 전년보다 1,217억원 증가했으며 보험사의 계열회사에 대한 평균지분율도 26.57%로 전년보다 2.75%포인트 상승했다. 일반 국민으로부터 걷은 보험료로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폐해가 약화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된 것이다.
신영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부실 계열사 지원 방지 및 재벌 3~4세로의 편법 경영권 승계를 막기 위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