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그루지야 ‘벨벳혁명’ 성공

부패로 정정불안 구소련지역 국가들에 시민혁명 도미노 불씨될까 주목 반정부 시위대의 거센 퇴진 압력에 국가비상사태로 맞섰던 에두아르드 셰바르드나제(75) 그루지야 대통령이 23일 사임을 발표하면서 3주간 계속돼 온 그루지야 사태가 일단락됐다.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은 이날 야당 지도자들과의 협상후 TV를 통해 발표한 사임사에서 “내가 만약 권력을 행사하면 유혈 참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나는 결코 국민들을 배신하지 않았으며, 이것이 대통령직 사임을 결심하게 된 동기”라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셰바르드나제 퇴진 운동을 주도해 온 미하일 사카쉬빌리 국민행동당 당수는 사임 발표 뒤 “대통령의 용기가 유혈 사태를 막았다”고 사의를 표한 뒤 “민주당의 니노 부르자나제 당수가 45일 안에 새 총선이 실시되기 전까지 임시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측이 “자진 사퇴한 셰바르드나제와 가족의 안전은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독일 망명설 등이 떠도는 가운데 그의 명확한 거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최근 그루지야 사태를 자세히 전했던 CNN방송, 뉴욕타임스, BBC방송 등 외신들은 이날 셰바르드나제의 사임으로 “야당 스스로가 이름붙인 그루지야판 `벨벳 혁명`이 성공리에 끝났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서방 유수 언론들이 인구 500만의 중앙아시아 소국에 적지않은 관심을 보이는 데는 그루지야가 차지하고 있는 지정학적ㆍ역사적 상징성과 무관하지 않다. 그루지야는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터키 사이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인데다 카스피해산 원유의 송유관이 통과하는 나라로 미국, 러시아 등 열강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92년 집권한 셰바르드나제는 지속적인 친서방 정책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미국 원조를 받았으나 최근 들어 러시아와 관계 강화를 모색, 미국의 반감을 샀다. 그의 갑작스런 사임도 든든한 후원자이던 러시아가 외무장관을 급파해 `암묵적인 퇴진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그루지야의 선례가 중앙아시아의 정치구도 변화의 신호탄이 될 지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선거를 통해 부자간 권력세습에 성공한 아제르바이잔을 비롯, 이슬람 카리모프(65)가 10년 넘게 대통령에 앉아 있는 우즈베키스탄, 99년 종신 대통령이 집권한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의 옛소련 출신 국가들은 대부분 경제난과 장기집권 하에 각종 부패와 부정선거 의혹으로 불안한 정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셰바르드나제 퇴진이 이 지역 `시민혁명 도미노`의 불씨가 될 지 주목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관련기사



김용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