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검찰수사 이번엔 달라야(사설)

한보철강의 부도는 국가경제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파문을 일으키며 사회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연관기업의 연쇄부도는 물론, 국가의 대외신용도가 떨어지는가 하면 자금경색을 막기위해 1조원의 자금을 방출키로 함에따라 물가와 성장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김영삼대통령은 27일 이 사건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이에따라 검찰도 조기 수사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정당도 국정조사권을 발동키로 했다. 그러나 국가적 재난인 한보부도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난무하는 온갖 풍설과 오가는 감정발언으로 미루어 국정조사가 한낱 「풍설대결」이라는 굿풀이에 그치지 않을까 적이 우려된다. 한보부도는 관치금융과 정치금융이 빚어낸 우리사회의 고질이 곪을 대로 곪아 터진 것이다. 그동안 유사한 비리 사건이 수없이 터졌음에도 그에대한 수술을 제대로 하지않은 업보인 것이다. 이번에도 이 사건을 과거처럼 땜질식으로 덮어버린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특정개인이나 집단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보고 있는 듯 하나 그 이전에 국가의 운명이 걸린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점에서 우리는 이 사건수사에 임하는 검찰에 대해 한가지 고언을 하고자한다. 수서사건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당시 검찰은 숱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한보그룹의 정태수 회장과 청와대비서관 , 국회의원 3명등을 구속하는 선에서 수사를 덮었다. 당시 검찰수사가 보다 철저했다면 정회장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자로 재등장시키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서사건에서 화려하게 재기해 엄청난 정경유착 의혹속에 부실덩어리의 기업을 키우도록 하는 사태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회장의 정경유착 혐의는 수서사건 당시 이미 파다했음에도 검찰수사가 말단 비서관 한사람을 희생양으로 권력의 핵심을 비켜감으로써 오늘의 사태를 키운 셈이다. 이번 한보부도에 앞서서도 검찰은 부도설의 진원을 캔다는 이유로 몇몇 증권사직원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는데 그같은 안이하고 무감각한 자세로인해 검찰수사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그동안 대형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주변적 인물 몇사람을 구속하고 핵심에는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흐지부지 됐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의 눈치나 보며 수사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다. 그같은 수사로 인해 범법행위에 대해 「재수없어 걸렸다」는 인식만 심어 범죄가 확대재생산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돼왔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 국가경제의 명운이 걸렸다는 사명감을 갖고 인적비리수사에도 성역을 없앰은 물론, 제도적인 비리척결책을 강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주기 바란다. 의혹의 실체를 캐지 못한채 변죽만 울리는 수사는 안하니만 못하다. 이번에야 말로 문민검찰의 면모를 보여 의혹도 풀고 명예도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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